자신의 혀 상태를 본 기억이 있는가? 혀 위에 하얀 설태가 덮인 사람도 있고, 노란 태가 있는 사람도 있다. 또 돌기가 오돌토돌 올라와 딸기처럼 혀가 보이는 사람도 있고 혀가 울퉁불퉁해진 사람들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혀를 살펴보고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진찰법을 설진(舌診)이라고 한다. 혀를 살피는 진찰법은 그저 설태(舌苔)만을 보는 것이 아닌 혀의 색깔, 혀의 모양, 설태의 유무, 설태의 색, 혀의 두께, 건조함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환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건강한 혀는 선홍색이면서 설태가 거의 없고, 촉촉하며 모서리가 울퉁불퉁하거나 혀가 부어있지 않다. 설태(舌苔)는 탈락된 구강 점막, 음식 찌꺼기, 각종 대사산물 등으로 구성되는데, 얇은 백태까지는 정상으로 본다. 설태가 많다면 구강의 환경이 좋지 않아 점막이 탈락하고 대사산물(노폐물)이 많은 몸 상태를 의미하게 된다. 그렇다고 설태가 전혀 없는 상태가 건강한 것은 아니다. 피부에 각질이 두껍게 쌓이면 안되지만, 그렇다고 피부층이 벗겨지는 것이 정상은 아니듯 적당한 설태가 중요하다. 설태가 중간중간 탈락된 경우 지도처럼 보인다 하여 지도설(地圖舌), 태가 완전히 탈락되어 매끈해진 경우 거울처럼 보인다고 하여 경면설(鏡面舌)이라고 하며, 식욕부진, 소화불량, 만성설사 등으로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서 자주 볼 수 있다.
설태는 색에 따라 백태(白苔), 황태(黃苔), 회태(灰苔), 흑태(黑苔)로 나뉘며, 설태의 색이 백색, 황색, 회색, 흑색으로 바뀔수록 병이 진행되는 상황이며, 반대로 백색으로 돌아올수록 건강이 회복되고 있는 상태다.
혀의 색은 혈액순환을 반영한다. 자주색/청색에 가까운 색은 혈액순환이 저하되어 있음을 의미하고, 한의학적으로는 어혈(瘀血)상태다. 옅은 분홍색이 가깝다면 혈허(血虛)에 속해 있을 수 있다. 추위를 많이 타거나 어지럽고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이 있을 수 있다.
혀가 질이 균일하지 않고 갈라짐이 있다면 진액이 고갈되어 나타나는데, 심열(心熱) 또는 음허(陰虛)로 인한 경우가 많다. 혀 주변에 울퉁불퉁한 자국이 있다면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체내순환이 저하되어 담음이 정체되어 나타나는 양허(陽虛)의 상태를 반영한다. 혀의 유두가 부어 빨간 점처럼 올라와 있는 것을 망자설(芒刺舌)이라고 하는데, 자율신경이 흥분되어 있거나 몸에 열이 많은 상태를 의미한다.
이처럼 혀는 단순히 말을 하거나 맛을 느끼는 부위가 아니라 오장육부의 기운을 반영하고 기혈순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평소에도 틈틈이 혀를 관찰하여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생조한의원 원장 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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