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숲길의 고마운 ‘양심 지팡이’

기자가 자주 가는 수목원 숲길 입구에 언젠가부터 나무 지팡이들이 세워져 있었다. 처음엔 서너 개 있었는데 점점 숫자가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11개까지 늘어났다. 나무 종류도 다 다르고 굵기와 길이도 제각각이다.
이 지팡이를 볼 때마다 누가 이걸 여기 갖다 놨을까 몹시도 궁금했었다.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가져다 사용하고 다시 갖다 놓으라는 뜻이겠지 싶어서 혼자서 맘대로 ‘양심지팡이’이라고 이름도 붙여 보았다. 수목원 숲길은 그다지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젊은 사람들에겐 등산스틱이나 지팡이가 굳이 필요하진 않지만 연세 드신 어르신 등산객들에겐 아주 고마운 존재이다. 실제로 지팡이를 골라 사용하시는 할머니도 본 적이 있다.
지팡이를 보니 죽은 나무들 중에 곧은 걸 골라 일부러 다듬은 흔적이 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나무 지팡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나무를 고르고 다듬었을 수고와 마음을 생각하니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누군가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뭘 만들고 수고를 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문득 오래전 인기 가수 변진섭의 노랫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노래 가사처럼 힘겨운 인생의 무게로 버거워하는 이웃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가파른 길에 지팡이를 의지하면 훨씬 수월해지는 것처럼 작은 관심과 사랑은 힘든 이들에게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목원 숲길의 지팡이처럼 우리 모두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지팡이가 되어주는 훈훈한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순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