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맛’이 정직하게 드러난 음식

우리 동네 핫플_이 가게 어때? 성주 감골식당


경상북도 내륙지방의 음식은 조용하다. 나 잘났다고 떠들지 않는다. 맛은 안으로 움츠려 있고 뒷맛을 길게 남기지도 않는다. 가볍게 지나가는, 강한 인상의 음식이 아니어서 긴 여운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그 맛은 깊다.
요즘 한국의 요리사들은 과도한 치장과 조작된 맛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야단이다. 겉멋만 든 젊은 요리사들이 오직 장식에만 집중한다. 서양 음식 요리사는 서양의 유명 식재료를 가져다 컬러풀하게 접시에 올려놓고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한식 요리사들도 이를 따라 한다고 수공예품 만들듯이 접시에 코를 박고 있다. 가관이다.
성주 감골식당에서 소박한 밥상을 받고 앉아 서울의 수많은 ‘갈롱쟁이’들에게 속으로 한마디 했다. ‘요리계가 연예계냐. 폼 좀 잡지 마라.’
감골식당의 음식은 조선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들척지근한 맛이 없으며 개운하고 짧게 뒷맛을 마무리한다. 과다한 양념은 없다. 고춧가루는 꼭 들어갈 곳에만 넣었고, 그 양도 최소화했다. 이런 식이다.
두부를 부치고 아주 흐린 육수에 조금 간을 해 살짝 졸였다. 어설픈 그림쟁이는 여백을 두려워하고 사색 없는 글쟁이는 수식어가 많다. 음식도 같다. 이 식당에서 특히 내 입맛을 사로잡은 황태, 말린 가오리, 닭, 문어, 다시마를 조선간장으로 졸였다. 경북 지방의 제사 음식에 이런 조리법이 가끔 등장한다. 제사상에는 통으로 오를 텐데, 이곳에서는 잘라 내놓는다. 간이 세지 않고 양념이 없으니 재료 맛이 정직하게 드러난다. 이런 음식이면 보통은 갖은양념을 끼얹는다. 달고 짜고 맵고 고소한 맛으로 버무린다. 그 양념들이 얼마나 간사스러운지 이 음식이 증명해 준다.
감골식당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음식은 ‘딩기장’이다, 비슷한 장으로는 담뿍장, 시금장, 막장 등등이 있고, 제조법이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공통된 특정만 정리하면 ‘콩에 쌀-밀-보리 등을 더한 속성 된장’이라 할 수 있다. 쌀-밀-보리에 콩 메주가 더해지기도 하고 청국장을 더하거나 그냥 콩을 삶아 넣기도 한다. 또 엿기름 내린 물이 들어가기도 하고, 엿기름가루가 들어가기도 한다. 고춧가루 또는 고추씨를 넣는가 하면 무를 넣는 데도 있다.
감골식당의 ‘딩기장’은 보리 속겨로 메주를 만든다. 쌀-밀-보리의 껍질을 등겨라 하는데, 먹을 수 있는 속겨를 특히 등겨라 부르기도 한다. 등겨의 경상도 사투리가 딩기이다. 보리등겨를 빡빡하게 반죽해 모양을 잡고 말린 후 불에 굽고 띄운 것을 보리 메주라 한다. 이를 한두 달 띄우면 곰팡이가 곱게 슨다. 이 보리 메주를 가루 내고 콩 메주, 삶은 콩 또는 청국장에 소금을 더해 비벼두면 ‘딩기장’이 된다.
감골식당 ‘딩기장’은 시큼하고 톡 쏘는 듯한 맛이 있다. 단맛도 있다. 요즘에는 참 귀한 장이다.

☞달서구 이곡서로 37-1(이곡동 1204-3) / 문의 ☎ 053-587-7026

정일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