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김밥’을 빼고, 서남시장에서 김밥의 맛을 논하지 말라


비트와 무를 가늘게 채 썰어서 절여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이 가게만의 노하우는 노란 단무지에 김밥이라는 공식을 무색하게 하는 특별함이 숨어 있다. 여기에 비트 특유의 보랏빛과 당근과 우엉, 계란, 시금치의 색감이 잘 어울려 보는 즐거움에 건강까지 책임지고 있다.
재료 준비도 힘들거니와, 비트와 무로 단무지를 대신한다는 발상 자체가 대단하다 여쭈니.
“우리 딸 아이가 대학에서 임상영양학을 전공해서 이런 거 잘해요”라며 비트도 그렇고 인터넷 홍보도 모두 딸 아이의 작품이라며 뿌듯해하셨다.
필자가 주원김밥을 처음 방문한 때는 4~5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서남시장 3~4평 남짓한 조그마한 가게에 인정 많게 생기신 내외분이 분식점을 여셨다. 우동, 국수, 김밥, 칼국수라는 작은 메뉴판이 눈에 띄어 처음 맛본 우동과 김밥은 여느 음식과는 사뭇 남달랐다는 기억이 있다.
‘사모님의 음식솜씨가 보통 아니구나’
4인 식탁이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로 가게가 작다 보니 점심시간에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할 재간이 없어 건너편 지금의 가게에 자리 잡게 되었다.
처음부터 크게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든 찰나에 10년 전쯤 유통단지 혼수백화점에서 식당을 크게 하신 큰손 사장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모님은 평소에도 음식 솜씨가 좋아서 주변 사람들이 식당 하면 대박 날 거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때마침 남편분이 정년퇴임을 하고 쉬시든 와중에 유통단지 내 장사가 잘 안되는 식당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과감하게 시작하셨다고 한다.
사모님의 음식 솜씨는 금세 빛을 발하여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셨다고 한다. 사모님은 음식점이 처음이고 사장님 또한 교육공무원으로 평생 재직하다 퇴임하다 보니 매일 넘쳐나는 손님들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2년 정도 하다 가게를 넘겼다고 한다. 아!~ 그래서 서남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시작한 연유가 이해도 되면서도 한편으로 많은 손님이 아깝다고 하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 몸이 배겨낼 재간이 없어”라시며 손사래를 치셨다.
지금도 그 당시 단골손님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자주 찾아오시고 단체로 김밥 주문도 많으시단다.
이뿐만이 아니다. 멸치, 다시마, 무 등을 넣고 찐하게 우려낸 뜨거운 육수는 “아~ 시원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사장님의 정성이 듬뿍 담긴 육수 덕분으로 잔치국수, 칼국수 그리고 찹쌀 수제비는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무더운 여름에 신선한 야채가 담긴 비빔국수랑 김밥을 한입 가득 머금어도 좋고 시원한 잔치국수 육수에 김밥을 푹 담가 면치기 해보시길 권해 드리는 바이다.

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