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_木曜斷想] 실패를 응원하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예전부터 자주 들어온 말이다.
그러나 실제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실패를 자주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실패 후 재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이 부족한 것 같다. 특히 치열하면서 각박한 경쟁구조에서 실패를 하고 난 다음 성공을 거두기까지 기다려주지는 여유가 부족해 보인다. 요즘 아이들의 교육환경 또한 그렇다. 성적 지상주의의 경쟁구도 속에서, 약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문화 속에서 한 순간의 실패는 평생을 좌우할 정도로 큰 충격을 준다. ‘실패하면 안 된다’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공황장애를 앓는 청소년도 있다고 한다. 과감한 도전보다는 실수하지 않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서 창조적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모 국책연구소의 연구개발 성공률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얼핏 보면 대단한 것 같지만 자랑할 일은 아니다. 실패가 용인되지 않으면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실적 위주의 과제에 매달리게 됨으로써 연구결과물의 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연구를 진행하는 모 국가의 경우 성공률은 훨씬 못 미치지만 연구결과물의 질적 수준은 높다고 한다. 실패를 용인하고 오히려 장려하는 사회분위기가 연구결과물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률이 다소 떨어진다 해도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하나라도 만들어낸다면 그것이 어쩌면 연구소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국의 failcon은 창업가와 투자자들이 모여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고 성공을 준비하는 모임으로, 실리콘밸리 기업인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핀란드는 2010년부터 10월 13일을 실패의 날로 정해 실패를 응원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핀란드 대표기업 노키아의 몰락을 잊지 말고 새롭게 도전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행사가 이제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고 있다. 독인 BMW에서는 ‘가장 창의적인 실수’를 포상하는 행사를 갖기도 한다.
온라인 실패박람회가 9월 17일부터 세종시를 시작으로 울산, 전남, 충남, 부산을 거쳐 31일까지 대구에서 열린다고 한다. ‘일어나, 다시 한번!’이라는 슬로건으로 실패의 치유와 회복 그리고 재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런 행사가 실패를 응원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은 실패를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되며, 그것은 곧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움으로부터 성공이 탄생한다. 실패에서 아무런 경험도 교훈도 얻지 못한다면 실패는 말 그대로 실패로 끝난다. 실패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용인하고 응원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변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