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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고 답하다] 상사와 부하
  • 푸른신문
  • 등록 2020-03-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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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상사라고 하면 눈치보고, 회피하는 등 뭔가 불편한 존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세상의 모든 직장인은 상사가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자 같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부하직원들은 상사때문에 힘들다고 하지만 상사도 외롭고 힘든 존재다. 부하직원들이 조금만 신경써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인 것이다. 따라서 상사를 어렵게 대하지 말고 고충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거꾸로 상사가 힘들어 하면 도와주려는 자세로 대해야 한다.상사도 어느 누군가의 부하다. 그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부하로서 인간적으로 다가가 용기를 불어 넣어 주는 것도 상사에게 충성을 하는 방법일 것이다. 특히 중간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은 매우 어려운 처지일 수도 있다. 부하 직원들처럼 끼리끼리 어울려 술 한 잔 마셔가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40대 후반 또는 50대 초반의 나이에 경제적으로도 주택 대출금이나 자녀 교육비 부담이 커 경제적인 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부하도 상사의 입장에서 그의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아량이 필요하다.상사와 돈독한 관계를 맺으려면 부하된 사람이 먼저 상사에게 다가가야 한다. 왜냐하면 상사는 무척 바쁘다. 부하직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신뢰관계를 쌓기 위해 대화를 할 여유가 없다. 부하 개인의 직속 상사는 한 사람뿐이지만, 그에게 부하직원은 여러 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다가가 대화를 시도하고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상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부하들은 사실 그게 늘 궁금하다. 그에 못지 않게 안 그런척 해도 상사 역시 ‘저 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부하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 부하들이 잘해주어야, 부하들에게 신망이 있어야 자신도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하에게 인정받는 상사가 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아무리 부하들이 보기에 부족한 점이 많은 상사라도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마세요,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은 얼핏 상사에게 힘이 되는 말 같지만 상사를 소외시키는 말이기 쉽다. 상사의 의향을 묻지 않고도 일을 잘 할 수 있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아무리 자기 전문 분야라고 해도 상사와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없이 일하는 건 좋지 않다. 혼자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상사의 의중을 자주자주 파악하는 일은 상사를 인정하는 가장 좋은 태도이다. 상사에게 의견을 묻고 상사의 조언에 감사를 표현하는 자세는 상사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부하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다.상사의 손이 다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리더로서 팀워크에 늘 신경을 쓰지만 생각지도 않게 삐거덕거리는 일이 생긴다. 이럴 때 나서서 그 애매한 분위기, 험악한 분위기, 썰렁한 분위기를 귀신같이 와해시키는 직원은 정말 고맙다. 같은 일하다가 분위기 안 좋으면 눈치 빠르게 웃긴 이야기를 하며 모두를 웃게 만드는 직원, 상사가 자리를 잠시 비워도 동료를 다독여 그 빈자리를 꽉 채워주는 직원, 힘이 안 날래야 안 날수가 없다. 무엇보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지만 다들 하기 싫어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일을 자청해서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 부하는 업어주고 싶을 정도로 이쁘다. ‘자청한다’는 건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으로, 이 기특한 부하를 무엇이 됐든 전적으로 도와주고 싶게 만든다. 부하직원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지금 하지 않는 일, 그 일이 상사를 감동시키는 일이다.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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