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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고 답하다] 부하에 대한 충성
  • 푸른신문
  • 등록 2020-02-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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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에게 충성한다는 말은 좀 생소할 것이다. 사실 이 말은 부하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우리는 흔히 뿌리 깊은 서열의식과 권위의식으로 부하라고 하면 하대하고, 막말하며 뭐든 함부로 시켜도 되는 대상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상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부하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생각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현명한 상사는 부하를 아끼고 사랑한다.부하에 대한 사랑과 관련한 얘기는 동서(東西)와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다양하다.이순신 장군(1545~1598)이 쓴 난중일기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부하들과 밤새 토의를 하였다”라고 한다. 이순신은 한산도 운주당에 부하들을 불러 모아 의논했다. 아랫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그런 시간을 통해 부하들의 지혜를 배웠다. 이순신 장군의 부하에 대한 존중과 배려, 부하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는 우리가 많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에 운주당을 짓고 기거하며 장수는 물론 하급 군사라도 좋은 계책이 있거나 하소연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찾아오게 만들었다. 많은 병사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계책을 이야기하고 개인적인 하소연도 들어주는 장소였다.(이선호, 이순신의 리더십)

절영지연(絶纓之宴)이라 했던가. 이 고사는 유향(劉向)이 지은 「설원(說苑)」의 “복은(復恩)”편과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에 실려 있다.춘추시대 초(楚)나라 장왕(莊王, ? ~ BC 591)이 난을 평정한 뒤 공을 세운 신하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성대하게 연회를 베풀고, 왕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총희(寵姬)로 하여금 옆에서 시중을 들도록 하였다. 밤이 되도록 주연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광풍이 불어 촛불이 모두 꺼져버렸다. 그리고는 어둠 속에서 불현듯 왕의 총희가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총희는 장왕에게 누군가 자신의 몸을 건드리는 자가 있어 그자의 갓끈을 끊어 놓았으니 불을 켜면 그자가 누군지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장왕은 촛불을 켜지 못하도록 제지하고는 오히려 신하들에게 “오늘은 과인과 함께 마시는 날이니, 갓끈을 끊어버리지 않는 자는 이 자리를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겠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신하들이 모두 갓끈을 끊어버리고 여흥을 다한 뒤 연회를 마쳤다.3년 뒤, 초나라가 진(晉)나라와 전쟁을 하였는데, 한 장수가 선봉에 나서 죽기를 무릅쓰고 분투한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장왕이 그 장수를 불러 특별히 잘 대우해준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그토록 목숨을 아끼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장수는 3년 전의 연회 때 술에 취하여 죽을 죄를 지었으나 왕이 범인을 색출하지 않고 관대하게 용서해준 은혜를 갚은 것이라고 하였다.부하에 대한 사랑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부하의 종기를 빨아준 오기(吳起, BC 440 ~ BC 381) 장군이다. 오기 장군은 중국 전국시대 병법가로서 이 이야기는 「사기(史記)」의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에 나온다.오기 장군은 전쟁터에서 신분이 가장 낮은 병졸과 함께 의식주를 함께 했다. 잘 때도 깔 것을 쓰지 않고, 출타할 때에는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았으며 식량을 손수 짊어질 정도로 검소했다고 한다. 한번은 병사 가운데 종기를 앓는 자가 있어 오기 장군은 이를 보고 고름을 빨아주었다. 병사의 어머니가 이 말을 듣고 통곡을 하자 어떤 사람이 이상히 여겨 “병사의 신분을 가진 당신의 아들에게 장군이 입으로 고름을 빨아주는데 어찌하여 그렇게 서럽게 우시오?” 하고 물었다. 병사의 어머니가 대답하길 “지난날에 오기 장군은 제 남편의 종기를 빨아주어서 그 때문에 제 남편은 감격하여 전쟁터에서 뒤로 물러설 줄 모르더니 결국은 죽고야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오기 장군이 제 아들의 종기를 빨아 주시니 나는 저애도 언제 죽을지 몰라서 우는 것입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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