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이하여 술자리가 잦아지는 요즘, 지난 주에 이어 술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하고자 한다. ‘술에 장사 없다’는 옛 말이 있다. 술도 음식이라고는 하나 많이 먹으면 몸에 좋을 리가 없다는 말일게다.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지나친 음주는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중추신경계 활동과 기억력을 저하시키고 간, 위장, 심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여기까지의 얘기를 들어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경고가 있으니 귀를 쫑긋해야 할 듯 싶다.
2014년 1월 AP통신 등 외신은 과음으로 인해 인간의 수명이 단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은 1999~2010년까지 러시아 성인 남성 15만 1천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8천 여 명이 음주습관 때문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조사대상 가운데 1주일에 500㎖ 이상의 보드카를 마신다고 답변한 남성은 55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35%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는 러시아 전체의 55세 이전 남성 사망률인 25%보다도 높은 것으로, 영국 남성의 55세 미만 사망률인 7%보다 5배나 높은 수치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음주습관 때문에 남성의 평균 기대 수명이 6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남성 평균 기대수명인 80.1년보다 턱없이 낮은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듣고도 자극이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그는 강심장의 사나이 이거나 아니면 오래 사는 것보다는 술을 택하는 주당(酒黨)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분명할 게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대인관계 유지, 사업 목적상, 친목도모 등으로 술을 마시지 않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술자리가 항상 좋을 순 없다. 그러나 피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차라리 즐기는 편이 좋을 수 있다. 평상시 업무를 잘하는 사람이 술 마실 때 예의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따라서 음주예절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술을 마시지 못한다 하더라도 술자리에는 참석하는 것이 좋다. 술자리에서는 격의 없는 대화가 가능하고 그 조직내 정보소통의 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술자리를 거절할 때 컨디션이 좋지 않다거나, 술 마실 기분이 아니라는 따위의 말은 적절치 않다. 상대방의 호의를 무시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선약이 있어 미안하다” 는 식으로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또 술자리에서는 남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전략적으로 칭찬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술에 취해 다음날 자신도 기억에 없는 남에 대해 험담을 했을 때 주워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사가 “격의 없이 탁 터놓고 마시자” 고 했다 하더라도 깍듯한 예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술 마신 다음날엔 절대 지각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조금 더 일찍 출근하여 업무를 준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혹시 이글을 읽는 독자 중 청소년들이 있다면 술을 배울 때 아버지 또는 스승에게 배우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한번 들인 음주습관은 평생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술에 관한 재미있는 얘기 하나를 소개한다.
하루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목구멍에
가시가 돋는다고 생각하는술꾼이 있었다.
어느날 그가 존경하는 은사로부터 책
한권을 선물로 받았다.
그는 밤을 새워 그 책을 모두 읽었다.
그 책에는 술이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
극약인가가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그는 깊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는 단단히 결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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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절대로
책을 읽지 않겠노라고.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