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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구 성서산업단지 30년의 변화를 말하다…이병림 경영관리본부장을 만나다.
  • 변선희
  • 등록 2025-04-30 11:33:29
  • 수정 2025-04-30 11: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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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단은 멈추지 않는다, 사람처럼 진화한다”

산업단지는 그 도시의 순환계처럼 기능한다. 

흐름이 멈추면 생명이 위태로워지듯, 산업단지 역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대구 성서산업단지. 이곳은 30년 전 섬유와 염색의 메카였고, 지금은 로봇과 에너지, 메카트로닉스가 자리잡은 신산업의 실험장이다.

 

그 중심에서 묵묵히 흐름을 기록하고, 변화를 설계해 온 한 사람이 있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의 이병림 경영관리본부장, 환경 전문가로 출발해 ‘대구 산업의 심장’을 30년간 지켜온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산업단지는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닙니다. 도시의 일부고, 사람의 삶이 녹아 있는 공간입니다.”

 

성서산업관리공단 이병림 경영관리본부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1990년대 ‘염색 중심’에서 첨단산업까지…변화하는 공단의 얼굴

성서산업단지는 대구 달서구와 달성군 일부를 아우르는 도심형 대규모 산업단지다. 

약 150만 평, 3,400여 개의 기업, 하루 약 47,000명의 근로자가 움직이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 


여기에 매년 18조 원이 넘는 매출이 생성되며 대구 전체 GRDP의 절반을 감당하는 거대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이른바 ‘경제의 심장’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시스템이 ‘사람’과 ‘환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엔 포목, 봉제, 염색이 중심이었죠. 당시엔 폐수 유입량이 하루 7만 톤이 넘을 정도로 오염 물질도 많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 기계·자동차 부품 산업으로, 이후엔 메카트로닉스·전기전자·생명산업, 최근엔 로봇·모빌리티·물산업 등 신산업이 들어서며 유입 폐수는 하루 2만6천 톤으로 줄었다.

“공해는 줄고 품격은 올라간 거죠. 공단도 진화해야 살아남습니다.”

 

◆ 30년 환경 전문가, “폐수 한 방울도 허투루 보낸 적 없다”

이병림 본부장은 1992년, 환경 관련 업무로 첫 발을 내디뎠다. 26년 간 공공 폐수처리시설을 책임지며, 단 한 건의 수질 사고도 없었다.

“대구 시민들이 마시는 물이 낙동강이잖아요. 이건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에요. 긴장 안 할 수 없죠.”

 

그의 철두철미한 관리 아래, 성서산단은 환경문제에서도 모범 단지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유휴 폐수처리 용량을 대구시 하수도와 연계해 처리 효율을 20% 이상 향상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효율도 올리고 수질도 좋아졌습니다. 성과는 현장에 답이 있어요.”

 

성서산업관리공단 2024년 탄소중립 이야기와 슬기로운 ESG경영 초청 설명회 현장(좌), 2025년 기업지원 국비사업 전문가 초청 설명회(우) 모습

◆ 국책사업으로 업그레이드…기술, 사람, 도시를 잇는 ‘스마트 산단’

성서산업단지는 최근 ‘스마트 산단’ 구축 사업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이곳은 단순한 공장 밀집지가 아니다. 스마트 가로등과 지능형 CCTV, 출퇴근 순환버스 알림 앱까지 운영되며, ‘기술이 깃든 작은 도시’처럼 정밀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병림 본부장은 “통합관제센터를 완공했습니다. 생활안전, 교통편의, 환경보건까지 하나의 관제 시스템으로 연결했죠”라며 산단의 기술적 진화를 설명했다.

 

성서산단은 지금 기술의 실험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로봇진흥원과 협력해 중소기업에 로봇 실증화를 지원하고, 태양광 패널과 연료전지 같은 자가발전형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도 구축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단순한 효율 문제가 아닙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본부장의 말처럼, 성서산단은 지금 미래 산업 생태계를 향한 변화를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실행하고 있다.

 

◆ 근로자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

하지만 그의 시선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다. 기술과 환경도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근로자 복지 사업은 원데이 클래스, 한국어 교실, 경제 마인드 교육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비자 전환 지원도 병행 중이에요.”


이제 성서산단은 복지회관과 생활체육공원을 넘어 ‘배움과 성장을 위한 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노후 공장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해 창업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층짜리 건물을 신축해 창업 비즈니스룸과 근로자 체육시설을 갖췄습니다. 내년부터 디지털 창업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에요.”


성서산업관리공단 이병림본부장은 푸른방송에서 방영중인 푸른초대석에도 출연예정이다. 방송은 4월 30일 첫 방송 된다.

◆ 변화를 설계하는 사람, 시대를 읽는 본부장

30년 동안 성서산단은 세 번의 큰 변곡점을 통과했다. 섬유에서 기계로, 기계에서 전자·로봇 산업으로.

그 격동의 흐름 한복판에서 산업의 맥박을 지켜온 이가 바로 이병림 본부장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산업단지의 정체성을 다시 묻고 있다.

“공해를 유발하는 업종은 이제 입주할 수 없습니다. 도심형 공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부터 철저하게 바꿨습니다.”

그가 말하는 ‘도심 속 공단’은 더 이상 옛날의 연기 나는 공장이 아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와 하이테크 섬유, 에너지 자립 설비가 어우러진 첨단 산업 생태계다. 그리고 그 중심엔 사람과 삶의 질이 있다.

 

◆ ‘상생’이라는 이름의 미래

마지막으로 그는 산단 내 기업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시대정신에 맞는 기업 경영, 상생하는 조직 문화를 고민해주셨으면 합니다. 공단은 기업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는 지금도 국책 사업을 더 발굴하고, 기업 지원 시스템을 강화 중이다.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하며 자금, 인력, 공공지원 안내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기업이 불편하지 않도록, 근로자가 행복할 수 있도록, 공단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움직일 겁니다.”

 

이병림 본부장과의 인터뷰는 산업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사람의 흔적'이 담긴 산업의 진화사를 듣는 경험이었다. 

기술과 복지, 환경과 미래를 품은 성서산업단지.

우리는 그 거대한 시스템을 ‘숫자’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로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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