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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고 답하다] 친구(동료)
  • 푸른신문
  • 등록 2019-1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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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 의대교수인 조지 베일런트는 인간의 행복에 관해 연구한 ‘행복의 조건 : 하버드 대학교 인간성장 보고서’로 유명하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 268명, 천재 여성 90명, 자수성가한 남성 456명을 대상으로 1930년대부터 72년간 이들의 생애를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 그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에 이르는 첫 번째 요소가 친구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의 의미는 흔히 성공한 사람들이 인간의 행복이 경제적인 것, 또는 좋은 직업에 의해 결정지어질 것이라는 예단(豫斷)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것이다. 친구는 돈과도, 높은 지위와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해 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란 것을 나타내 주는 연구인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 특공대 1개 분대가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복귀하려는 차였다. 이때 한명의 병사가 보이지 않았다. 분대원들은 사력을 다해 없어진 병사를 찾아보았으나 허사였다. 결국 분대장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다음 작전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철수하기로 하였다. 그때 한 병사가 자신이 남아서 실종된 전우를 찾겠다고 하였다. 분대장은 내키진 않았지만 허락하였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초초하게 기다리는 대원들 앞에 실종된 전우를 찾겠다고 남았던 병사가 혼자 돌아왔다. 분대장은 안타까운 마음에 “그것 봐 애초부터 가망이 없던 일이었어” 라고 말했다. 그러자 병사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닙니다. 제가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아직 살아 있었습니다. 나를 보더니 내가 꼭 찾아올 줄 알았다며 반가워하면서 그가 알아낸 정보를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는 지금 비록 죽었지만 저는 그 친구가 저를 보고 반가워했다는 것에 대해 저의 행동이 후회스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말이 나머지 대원들을 숙연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한바탕 전투를 치른 전장에서 부상당한 병사가 물을 찾았다. 소대장은 자신의 수통의 물을 건넸고 나머지 소대원들 전체에게도 한 모금씩 마시라고 했다. 전 소대원들의 입을 거쳐 돌아온 수통에는 당연히 약간의 물만 남아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수통의 물은 거의 그대로 들어 있었다. 소대원들은 자신이 갈증 난다고 물을 마셔 버리면 다른 전우가 못 마실 것을 염려하여 살짝 입만 대고 수통을 넘겼던 것이다. 소대장이 수통을 건넸을 때 병사들 각자가 자기만 생각하고 동료 전우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수통에 물 한 방울이라도 남아 있었겠는가?
친구나 동료간의 두터운 우정을 일컫는 고사성어를 찾아 보았다. 수어지교(水魚之交), 막역지우(莫逆之友), 금란지교(金蘭之交), 관포지교(管鮑之交), 죽마고우(竹馬故友), 문경지교(刎頸之交), 지란지교(芝蘭之交)...
고사성어의 의미와 출처, 유래를 짚어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신에게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변함없는 우정과 절개를 지키는 것에서부터 심지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친구 사이까지, 친구의 의미를 새삼 가슴에 새겨 본다. 그러면서 자문해 본다. 그런 친구가 나에게 몇 명이나 있을까?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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