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전장에서 꽃 핀 충성

제2차세계대전시 프랑스군에서 있었던 일화다. 요새를 지키는 프랑스군의 대대는 2백32명, 공격하는 독일군은 2천명 이상이었으며, 프랑스 대대는 반드시 이 요새를 지키라는 상관의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대대장은 전 대대원을 한 곳에 모아놓고 말하였다. “장병들이여! 우리는 지금부터 피할 수 없는 전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수는 절대 부족하다. 이 전투에 나서기  싫은 사람은 그대들이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겠다. 그러나 나와 함께 최후까지 싸우고자 하는 병사들은 여기 그어놓은 이 선을 넘어 내가 있는 방향으로 오라.” 충성스런 대대원들은 대부분 그 선을 넘어 걸어 왔지만 오직 한명의 병사만이 선을 넘어오지 않고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대대장은 약속한 대로 “그대가 원하는 대로 보내주겠다”라고 말하자 그 병사는 “그것이 아닙니다. 저는 지난 전투에서 부상을 당해 제 힘으로 걸을 수가 없습니다. 부탁하건대 그 선을 제 뒤쪽으로 다시 그어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리고 전투를 하다가 그 병사는 심한 부상을 입고 후송되어 왔지만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야전병원 침상에 누워있는 병사에게 군의관이 한쪽 다리를 잃은 것에 대해 위안을 하자 그 병사는 “나는 다리를 잃은 것이 아닙니다. 내 조국에 다리를 바친 것 뿐입니다”라고 하였다. 실로 전투에 임하는 군인의 모습을 보여 주는 한 토막 감동적인 장면이다.6·25 전쟁 시 우리가 잘 아는 맥아더(Douglas MacArthur, 1880~1964) 장군이 한강 방어를 하고 있는 수도사단 8연대 3대대 작전지역을 순시하였다. 장군은 개인호 속에서 적진을 바라보며 경계하고 있는 병사에게 “자네는 도대체 언제까지 그 호 속에 있을셈인가?”라고 물었다. 병사가 답변했다. “각하! 각하도 군인이고 저도 군인입니다. 군인은 모름지기 상관의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상관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제자리는 바로 여기입니다” 맥아더는 흡족해 하며, 통역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병사에게 전해주시오, 이런 병사가 있는 한 한국군은 이길 것이요” 그리고 동경으로 돌아가면 지원군을 보낼 테니 안심하고 싸우라고 말해 달라고 했다. 실제 맥아더는 본국의 트루먼 대통령에게 미 지상군 파병을 건의하여 승인을 받음으로써 UN군 참전의 계기가 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맥아더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평소에 상관에게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병사의 답변이 고심하던 맥아더에게 한국전 참전이라는 확신을 주었던 감동적인 일화이다.알렉산더 대왕의 일화도 있다. 동방 원정길에 나섰던 알렉산더 대왕과 그의 군대가 험한 산맥을 넘고 있을 때였다. 말을 타고 행군하던 병사 중 한명이 깊은 구렁에 빠져버렸다. 그는 간신히 몸은 빠져 나왔지만, 말과 말의 등에 실었던 커다란 짐은 꺼낼 방법이 없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을 때마침 대왕이 그 앞을 지나가다 목격하였다. 그는 병사에게 “상관에게 보고하고 그냥 가면 되는데 왜 구태여 그 무거운 짐을 꺼내서 챙겨가려고 하는가”라고 물었다. 상대가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것을 모르는 병사는 “장교님, 이짐은 저의 상관이신 알렉산더 대왕님이 소중히 여기시는 물건입니다. 힘이 들더라도 목적지까지 반드시 옮겨야 하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라고 답변했다. 대왕은 크게 감동하여 많은 보물을 하사했다는 일화이다.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