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창의성의 위대함

이 순신 장군의 전기를 읽어 보면 장군의 창의성에 감탄하게 된다. 임진왜란 때 장군이 이끄는 조선수군이 연전연승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장군의 창의성 때문이었다.
그 중의 하나가 명량대첩이다. 명량(鳴梁)해협은 순 우리말로 울돌목, 즉 ‘바다가 우는 길’이라는 뜻이다. 전남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지금의 진도대교 아래 폭 약 300미터의 해협이다. 조수 간만의 차이가 심할 때는 유속이 시속 29km에 달한다고 한다. 얼마나 빠르던지 ‘바닷물이 소리를 내면서 흘러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명량대첩은 1597년 10월 25일 (음력 9월 6일 )오전에 시작되어 유시(酉時 오후 5~7시) 무렵 전투가 끝났다. 조선 수군 12척과 일본 수군 333척이 전투에 참가했다. 실제 전투에 참여한 일본 수군의 전함은 130여 척이었다. 그 중 30여 척이 격침되었다. 왜군의 중형 군선에는 약 60명씩 타고 있었으므로 최소 1,800여 명의 전사자가 났을 것이다. 반면 조선군의 전함은 단 하나도 격침되지 않았다. 이 전투는 조선의 정유재란을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 전투가 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왜군도 이곳에서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하다는 것을 알고 전투에 임했다고 한다. 오히려 이것을 이용해 단숨에 조선 수군을 쓸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고정적인 지형지물과는 달리 조수의 흐름을 이용한 해전(海戰)에서는 시간이 결정적인 변수다. 시간을 놓치면 바닷물의 흐름은 오히려 조선 수군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었을 것이다. 원하는 지점과 원하는 시간에 왜군이 위치해야만 이 순신 장군의 계획대로 전투를 전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군 또한 바보가 아닌 다음에 쉽게 약점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약점을 강점으로, 적의 강점을 약점으로 만든 이 순신 장군의 창의성과 위대함이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투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창의적인 전쟁을 한 자가 승리하기 때문이다. 제갈공명은 천재적인 창의성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에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일본제국은 실패하였는가?’(노나카 이쿠지로 외 지음, 박 철현 옮김, 주영사 펴냄, 2009)라는 책은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이 패배한 이유는 경직된 사고와 폐쇄적인 조직 문화 때문이었고, 미군이 승리한 이유는 창의적인 사고 때문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나폴레옹은 천재적인 포병장교로 출발했다. 그의 천재성이 발휘될 때 전쟁에 계속 이겼다. 하지만 워터루 전쟁에서 패한 것은 나폴레옹보다 더 창의적인 전투를 한 웰링턴 장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래 주변 아랍 국가들과 6차례 생존을 건 전쟁을 했다. 그때마다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창의적인 장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것은 세계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다. 이를 성공시킨 것은 술탄 메흐메트 2세였다. 그는 산으로 배를 옮기는 기발한 창의력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세계사를 바꾸어 놓았다. 6.25전쟁 때 맥아더 장군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끌면서 단숨에 전세를 바꾸어 놓았다. 이 작전을 생각하고 실천한 것은 오로지 맥아더 장군의 창의성을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창의성의 위대함이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