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원칙과 질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원칙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을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그리고 원칙과 질서는 상황에 따라 깨거나 무시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원칙과 질서는 흔들려선 아니 된다. ‘나 하나쯤 괜찮겠지’하는 생각을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다면 이 사회가 어찌 되겠는가? 뿌리가 흔들리면 나무 전체가 흔들리고 결국은 쓰러지고 만다. 혼란과 혼돈이 뒤섞여 이 사회는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윈스턴 처칠이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어느 날 처칠을 태운 차가 신호를 무시한 채 전속력으로 달렸다. 급한 회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회의장에 거의 다다랐을 때 경찰관 한 명이 차의 앞길을 막았다. “신호를 위반하셨습니다. 면허증을 제시해 주십시오.” 운전사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상 각하께서 타고 계시네. 어서 길을 비키게.” 그러나 경찰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수상 각하라도 법 위에 있지 않습니다. 법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결국 처칠의 차는 신호위반 스티커를 발부받았고 처칠은 회의에 늦었다.
그래도 처칠의 마음은 뿌듯했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원칙을 수호하려는 그 경찰관이 자랑스러웠다. 회의를 마친 처칠은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자신이 꼭 표창장을 줬으면 하는 경찰관이 있다며 오전에 있던 일을 경찰청장에게 상세히 말했다. 그리고는 “그 경찰관은 표창장을 받아 마땅하지 않나?”하고 물었다. 그러나 경찰청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수상 각하. 죄송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경찰관 내규에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람에게 스티커를 발부했다고 표창장을 준다는 조항은 없습니다. 그 경찰관은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처칠은 머리를 긁적이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전화를 끊은 처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 세상에는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 원칙과 질서를 지키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에 그는 행복했다. 자신이 그런 나라의 수상임이 자랑스러웠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우리는 유치원 때 원칙과 질서에 대해 충분히 배웠다. 이미 다 아는 것을 다시 배워야 하는가? 남들이 지키지 않는다고 나까지 휩쓸리지 말자. 나마저 그러면 이 사회는 지탱하는 근간이 무너진다. 이 사회의 원칙과 질서가 바로 서는 것은 바로 나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