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문화유적 탐방] 151. 북망산천으로 사라져가는 전통상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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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지난 두 주에 걸쳐 우리 고장에 남아 있는 상엿집과 상엿소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문화는 인류가 대를 이어 지속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고정적이지 않고 시속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는 것이 생겨나기도 한다. 인류는 시속이 아무리 변해도 인류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문화는 보존해 왔다. 현실에서는 용도폐기 됐지만 그래도 한때 인류가 향유했던 문화에 대한 신뢰와 애정은 버릴 수 없어서였을 것이다.
유물·유적·유산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말이다. 유물·유적은 선조들이 남긴 ‘유형’의 가치를 말하고, 유산은 ‘유·무형’의 가치를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통상례는 선조가 남긴 소중한 전통문화유산이다. 그래서 잠시 옆길로 빠지기로 했다. 이번에는 상여·상엿소리와 함께 저 멀리 북망산천으로 사라져가는 유교식 전통상례문화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삼우제(1961년). (사진출처, 김언석 상례 사진전 도록)


2) 전통상례 절차
전통상례와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먼저 전통상례 절차부터 살펴보자. 참고로 상례와 장례는 서로 다른 의례다. 상례는 죽은 이를 처리하는 전 과정을 일컫는 것이고, 장례는 상례 절차 중 하나인 시신을 처리하는 장사의례를 말한다. 유교식 전통상례 절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이 죽으면 제일 먼저 시신을 적당한 자리에 옮기고, 상주와 호상[護喪·상례를 주관하는 이]을 정하고, 주위에 상이 났음을 알린다. 이 과정을 ‘초종(初終)’이라 한다. 다음 과정은 염습 즉, ‘습·소렴·대렴’이다. 습은 시신을 목욕시키고 이불로 덮는 일, 소렴은 수의를 입히고 이불로 싸서 묶는 일, 대렴은 시신을 관에 넣는 일이다. 대렴이 끝나면 상주를 비롯한 모든 복인(服人)은 죽은 이와의 관계를 고려해 신분에 맞는 상복을 입는다. 이를 상복을 갖춘다 해서 ‘성복(成服)’이라 한다. 성복을 마치면 ‘치장(治葬)’을 한다. 치장은 묘소를 준비하고, 시신을 묻고, 마무리하는 절차다. 치장이 끝나면 망자의 혼을 위로하는 제사 ‘우제(虞祭)’를 지낸다. 우제는 초우·재우·삼우 세 차례 지낸다. 우제를 마치고 석 달이 지나면 수시로 하던 곡을 아침·저녁에만 하게 되는데 이를 ‘졸곡(卒哭)’이라 한다. 졸곡 이후 죽은 이의 신주를 사당에 있는 조상 신주 곁에 붙이는 ‘부제(祔祭)’를 지낸다.[이때 조상 신주 곁에 붙인다고 해서 죽은 이의 신주를 사당에 정식으로 들인다는 뜻은 아니다. 부제 시기는 중국과 우리가 다르다.] 첫 번째 맞이하는 기일에 ‘소상[小祥·13월]’을 지내고, 두 번째 맞는 기일에 ‘대상[大祥·25월]’을 지낸다. 대상 두 달 뒤 담제[禫祭·27월]를 지내고, 담제를 지낸 다음 달에 길제(吉祭)를 지낸다. 이로써 28개월에 걸친 긴 상례는 끝이 난다.

3) 잘 몰랐던 전통상례에 담긴 의미
초종에 ‘고복(皐復)’이라는 절차가 있다. 죽은 이의 웃옷을 들고 지붕 위로 올라가 옷을 흔들며 북쪽을 향해 세 번 혼을 부르는 절차다. “○○○ 돌아오시오”하는 식이다. 이는 떠나버린 혼을 다시 불러들이고자 하는 행위로 죽은 이가 소생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신을 목욕시키고, 수의를 입히고, 이불로 싸서 묶는 염습은 시신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사실은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람은 주검을 꺼리는 법이니 염습을 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꺼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순자』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주검을 다루는 도는 장식하지 않으면 보기 싫고, 보기 싫으면 슬프지 않다”
상복을 갖춰 입는 성복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상복은 모두 5종류가 있다. 참최·재최·대공·소공·시마다. 참최는 거친 삼베로 만들고 옆과 아랫단을 꿰매지 않는다. 재최는 참최보다는 덜 거친 삼베로 만들고 단을 꿰맨다. 대공·소공·시마는 순서대로 삼베의 거친 정도가 덜해진다. 이처럼 참최부터 순서대로 상복의 거친 정도에 차이를 둔 것은, 죽은 이와의 가깝고 먼 정도에 따라 슬픔을 달리한다는 의미다. 특히 참최와 재최는 등판에 ‘부판(負版)’이라는 네모난 베 조각을 늘어뜨리는데, 부모 잃은 슬픔을 등에 짊어진다는 의미다. 참최는 아버지 상복이요, 재최는 어머니 상복이니 부모 잃은 슬픔을 극명하게 나타내려는 것이다. 또한 참최와 재최에는 지팡이를 짚는데 아버지 상에는 둥근 대나무 지팡이, 어머니 상에는 네모진 오동나무 지팡이를 짚는다. 이는 하늘[아버지]은 둥글고 땅[어머니]은 모났다는 천원지방에 따른 것이다.
빈소에 아침·저녁으로 올리는 ‘상식’에도 의미가 있다. 상식상의 밥과 국 위치는 제사상과 달리 살아있는 사람이 받는 상과 같다.[죽은 이 기준으로 왼쪽에 밥, 오른쪽에 국] 아직은 죽음을 인정하기 싫다는 표현으로 평소 살아계실 때처럼 음식상을 올린다는 의미다.
‘우제’는 혼령의 두려움을 달래는 제사다. 유가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혼승백강(魂昇魄降) 현상이 일어난다고 본다.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백은 땅으로 내려간다는 뜻이다. 장사를 치르면 죽은 이의 백은 땅속에 묻힌다. 이때 백으로부터 분리된 혼은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달래는 제사가 바로 우제다.
‘졸곡’은 수시로 하던 곡을 그치고 아침·저녁으로만 하는 것이다. 졸곡을 기점으로 상중 제사는 흉제에서 길제로 바뀐다. 여기서 길제는 ‘길’하다는 뜻이 아니라 흉사에서 벗어나 이제부터 서서히 ‘평시’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는 뜻이다.
‘담제’는 상복을 벗고 평상으로 ‘담담하게’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때부터 술과 고기를 먹으며 침실로 돌아갈 수 있다. ‘길제’는 상례의 최종 절차로 비로소 평상복을 입고 제사를 지낸다. 흥미로운 것은 길제 때 새 주인의 부인인 주부가 ‘혼례복’을 착용한다는 점이다. 또 길제 때 개제주(改題主)를 한다. 1-4대조 신주를 새롭게 제사를 받드는 새 주인을 기준으로 고쳐 쓰는 절차다. 곳간 열쇠도 길제 때 새 주부에게 넘어간다. 쉽게 말해 길제는 ‘새 종손·종부 취임식’인 셈이다.

4) 에필로그
최근 장례식장에서 상식상을 보면 밥·국 위치가 제사상처럼 되어 있는 예가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식은 아직 죽은 이로 보고 싶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든 예서에도 상식상은 제사상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에게 대접하는 상차림으로 되어 있다. 또 요즘은 초우·재우는 생략하고 삼우만 챙기는 예가 많다. 우제의 진정한 의미를 안다면 이 또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옛 사람은 두려움 떨고 있을 혼령을 위해 장삿날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초우를 지냈다. 길이 멀 때는 여관에서라도 반드시 초우를 지내 날을 넘기지 않았다.
우리는 전통상례 하면 흔히 3년 상을 떠올린다. 왜 3년 상일까? 이에 대한 답은 『논어』 「양화」에 나온다.

공자께서 재아의 물음에 답하시면서 “자식이 태어난 지 3년이 된 뒤에라야 비로소 부모의 품을 떠난다. 대체로 3년의 상은 천하의 공통된 상제인 것이다”고 하셨다.

송은석(대구문화관광해설사) e-mail: 31691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