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인재육성

군(軍)이나 일반 사회나 매 한가지이겠지만 사람을 쓰는 것(用人)과 관련하여 꼬집고 싶은 것이 있다. 흔히 내 밑에는 잘 육성되어진 우수한 자원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정작 본인은 부하를 육성하는데에 무관심하고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마치 우리 국민들이 강한 국군을 원하면서, 막상 자신의 아들이 군대에 가면 좀 편하게 근무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과 유사하다. 모순일까? 아니면 인지상정일까?필자가가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의 OO과장을 할 때의 일이다. 내가 과장을 맡은 OO과(課)는 난이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였다. 장교들은 인사관리상 육군본부에서 최소 18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 전입온 장교가 그 이전에 해당 업무에 대한 경험 없이 난이도가 높은 업무를 담당할 경우, 업무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만큼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나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해당 분야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육군본부의 실무자 자리는 대부분 중령 계급이 맡도록 되어 있는 관계로 대부분 대대장 보직을 마친 중령 중에서 선발한다. 다만 그 중 일부는 소령 계급이 할 수 있는 자리도 있다. 따라서 해당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령 계급 때부터 적임자를 선발하여 업무를 숙달시키는 것이다. 추후에 그 소령은 중령으로 진급할 것이고, 중령이 된 그는 야전으로 가서 대대장 보직을 마친 후에는 다시 육군본부 근무를 희망할 것이다.육군본부에서는 소령 때의 근무실적을 확인하여 검증된 우수자를 선발할 것이다. 선발된 중령은 소령 때 이미 숙달되었던 업무를 다시 하는 것이므로 업무파악 과정없이 바로 현업에 투입되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나는 이와 같은 것을 생각으로만 그친게 아니라 실제 실천에 옮기기로 하였다. 우선 소령을 보직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게 급선무였다. 그런데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먼저 내부의 반대에 부딪쳤다. 현재의 부서 총원에 소령을 추가해서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중령 자리를 없애는 대신에 소령 자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부서내의 중령들이 이를 원치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들을 설득했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명분에 기득권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으리라. 물론 내부적인 장벽을 넘고 나서도 실제 소령 자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엔 관철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소령 자리 하나를 어렵게 만들 수 있었다.나는 지금 생각해도 그때 육군의 인재육성을 위해 일조했다는 데에 뿌듯한 마음 그지 없다. 더구나 그 사례를 계기로 하여 소령을 보직하는 것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인재를 배출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으니 감개무량하다. 그래서 나는 확신한다. 인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그리고 이런 것이야말로 내가 정의한 ‘정심(正心)’의 의미, ‘연고와 정실에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조직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올곧은 생각을 견지하는 것’을 가장 잘 구현한 사례 중의 하나라는 것을.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