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조직에 몸담고 있다면 있음직 할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본사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룹 회장을 만났다고 해요. 회장님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네, 김 부장 아닌가? 요즘 OO사업과 OO분야 기술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당신이라면 이런 질문을 받고 회장님께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까지 만족할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다음과 같이 답변하면 절대로 회장님의 인정을 받을 수 없습니다. “회장님, 그건 좀 복잡한 내용이라서 시간을 예약해서 별도 보고 드리겠습니다.”
국내의 저명한 모 카드 회사 회장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한 바 있습니다. “카드 회사 직원 중에는 수많은 카드 혜택 내용 중 3분의 1 이상 외우는 직원은 없을 것입니다. 30초안에 설명 못하는 혜택은 포기하는 게 낫습니다.” 이에 대해 직원은 반문했습니다. “카드 혜택을 설명하기 어렵더라도 있어서 나쁠 것은 없잖아요?” 그러자 회장님은 응수했습니다. “나쁘거든.”
저는 개인적으로 책을 출간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도 글쓰기와 책읽기를 좋아하여 틈나는 대로 글을 쓰고 책을 종종 읽고 있습니다. 현역 시절에는 보고서 작성을 꽤 많이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과 글쓰기에 관련한 책에서 권장하고 있는 좋은 글이란 한마디로 말하자면 ‘간결하고 짧은 글’ 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나쁜 글이란 군더더기가 많고 긴 문장입니다.
우리는 각종 회의에서 발언할 기회가 있습니다. 자신의 발언 기회가 주어지면 여러 가지를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를 더러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남의 말을 듣는 것은 싫어하는 동물입니다. 남이 말 할 때 제대로 집중하지도 않습니다. 남이 말한 것은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아니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회의 때 자신의 의견을 몇 가지 핵심에 대해 요점 위주로 간략히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열 가지를 장황하게 이야기하기보다 핵심 사안 두세 가지를 짧게 이야기하는 것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오래 기억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일을 간단히 설명하는 것은 쉽습니다. 간단한 일을 복잡하게 설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복잡한 일을 복잡하게 설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복잡한 일을 쉽게 설명하는 것은 현명한 일입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