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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고 답하다] 부부(夫婦)
  • 푸른신문
  • 등록 2020-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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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인구보건복지협회는 기혼남녀 992명을 대상으로 부부간의 대화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부부의 38%는 하루 대화 시간이 30분도 채 안된다고 한다. 그나마 대화의 주제도 자녀문제에 집중되어 있고(40.4%), 생일·이사 등 가정사가 뒤를 이었고(28.2%), 부부 자신들의 이야기는 14.7%에 불과했다.부부간 대화를 막는 요인으로는 ‘늦은 귀가와 주말 근무’(34.4%)가 꼽혔다. 뒤이어 응답자의 29.8%가 ‘TV·컴퓨터·스마트폰 이용’을, 19.2%가 ‘자녀 양육으로 둘만의 시간 부족’을 꼽았다. ‘대화 경험과 기술 부족’은 전체 응답자 중 7.7%에 불과했다.우리나라 부부들은 애정 표현과 칭찬에도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한다’, ‘예쁘다’, ‘멋있다’ 등 칭찬과 격려의 말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0.4%가 ‘가끔 기분이 좋을 때’라고 답했다. 50~60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거의 안했다’고 응답했다. 바쁜 일상과 자녀 문제로 부부간 소통을 미루다 보니 나이가 들

어선 대화에 익숙하지 않거나 대화 방법을 몰라 소통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불명예스럽게도 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다. 그런건 1등 안해도 되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혼 부부 다섯 쌍 중 한 쌍이 파경 이유로 대화 단절을 꼽는다고 한다. 몇 년 전엔 노부부가 사이가 틀어져 무려 7년 동안이나 메모지로만 대화를 나누다 결국 황혼 이혼을 한 일도 있다. 말이 그렇지 7년을 메모지로만 대화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새삼 부부간의 대화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부부끼리는 말 안해도 안다? 천만의 말씀, 말해야 안다. 말 하지 않고도 말 하는 침묵, 그런 침묵이 아니면 말이다. 오히려 부부끼리는 그 누구보다도 말을 많이 해야 한다. 단, 잔소리는 빼고. 나의 아내가 제법 말이 통하는 친구와 전화 통화하는 걸 보면,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매일 통화하면서도 전화할 때마다 할 얘기가 샘솟듯이 생기는 모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 통화하고 나서 맺음말은 꼭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이다. 아니, 지금까지 한 얘기는 뭐고, 더 해야 할 말은 대체 뭐란 말인가? 내 나름대로 분석해 봤다.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그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되는게 아닌가 싶다.부부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에 오고가는 말이 있어야 그것이 일상화되어 얘기 거리가 생길 것이다. 반대로 대화가 없을수록 그 다음 대화도 적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부 사이에 말이 끊기면 정(情)도 날아가기 십상이다. 부부간에 대화가 줄어들거나 끊기는 이유 중의 하나가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표현이라고 한다. “당신은 항상..”, “도대체”, “어쭈”, “꼴에”, “너” 등.전문가들은 ‘부부 대화 1·2·3 법칙’을 권한다. “1분 말하고, 2분 듣고, 3분 맞장구치라”는 뜻이다. 자기 말보다는 상대방 얘기를 잘 들어주고, 상대가 말을 하면 때론 못마땅해도 “그랬어?”, “어이쿠 저런”, “잘했네” 라고 추임새를 넣어주라는 얘기다. 사실, 이런 것들은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다. 마음 내키지 않더라도 일부러라도 자꾸 하다보면 길이 날 것이다. 급기야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까지 갈 수 있다면 최상급의 추임새가 될 것이다.백번의 이야기보다 한 번의 실천이 중요할 것이다. 오늘은 눈 질끔 감고 아내에게 신소리 한번 해보자. “여보 고마워, 사랑해”. 그 반응이 궁금하다. 그 이후의 부부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 결과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고 기다려지는 것은 나 만의 생각일까.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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