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하던 짓도 멍석 깔아주면 안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하던 짓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으로서 놀이를 의미하고, 멍석 깔아 주는 것은 남이 시키는 것이며, 이렇게 남이 시키면 하기 싫어진다는 뜻이다. 놀고 있던 철수가 이제 막 공부하려고 하는데 엄마가 “철수야! 이제 그만 놀고 공부해라”라고 했을 때,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기 싫어지는 심리인 것이다.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의하면 인간은 외부적으로 통제하는 것 보다 스스로 결정한 것에 의해 더 큰 힘을 발휘하고, 더 높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자율적인 선택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하는 동기를 강화시키며, 선택된 활동 자체가 즐거움이 되어 좋은 성과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라는 미국의 심리학자가 두 개의 집단을 대상으로 퍼즐 맞추기 실험을 했다. 한 개의 집단은 퍼즐을 완성할 때마다 돈을 주고, 또 하나의 집단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피험자들을 실험실에 남게 하고 관찰했다. 그 결과 돈을 준 집단은 이내 퍼즐놀이를 멈추었고, 아무 것도 주지 않은 집단은 퍼즐놀이를 계속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돈을 준 집단은 보상을 기대하고 퍼즐놀이를 했고, 돈을 주지 않은 집단은 스스로 선택해서 퍼즐놀이를 한 것이다.
인생은 태어날 때(Birth)부터 죽을 때(Death) 까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출근할 때 버스를 탈까? 아니면 지하철을 탈까? 점심 메뉴로 자장면과 짬뽕 중 무엇을 먹을까? 등 소소한 일상의 것에서부터 배우자나 직업과 같이 일생 일대의 명운을 가르는 중요한 선택에 이르기 까지… 그리고 그 결과는 크건 작건 결국 자신의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 인생은 선택의 결과이며 이러한 수 많은 선택들이 하루를 즐겁게 하고 한 주를, 일년을 가슴 뛰게 할 수 도 있고 평생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같은 사소한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나비현상처럼, 우리 인생에 있어 하나의 선택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다음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선택들은 하나의 목표나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노력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중구난방이거나 오락가락하는 선택을 하게 되면 선택의 일관성이 없어지고 효과가 서로 상쇄되어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 선택의 시너지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서는 먼저 크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크고 중요한 선택은 이후에 선택하는 것들의 목표와 지향점이 되므로 목표에 일치하는 선택들을 행함으로써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테일 카네기의 “큰 일을 먼저 하라, 작은 일은 저절로 처리될 것이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사실 여기에는 조크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
우리 인간은 태어날 때 자신의 선택으로 태어난 것은 아니다. 태어날 나라를, 부모를, 환경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운명인 것이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과 자세는 그렇지 않다. 어떤 생각을 갖고 인생을 살 것인가는 분명 자기 자신의 선택의 몫이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생긴 결과도 자기 자신의 것이다. 자, 여러 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