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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문화유적 탐방] 82. 서낭당과 마을동제 (2)
  • 푸른신문
  • 등록 2019-08-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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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서낭당은 마을 수호신의 거소이자 제단으로 여겨지는 신성한 공간이다. 우리네 전통마을에는 이런 서낭당이 한 마을에 보통 2-3곳 정도는 있다. 이 말은 마을마다 마을 수호신이 하나가 아니라 둘, 셋은 된다는 뜻이다. 세상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는 법이다. 이번에는 마을 수호신의 종류와 마을동제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  


2) 한 마을에 서낭당이 2-3곳인 까닭


전통적인 우리네 서낭당 개념에서 보면 마을에는 보통 3곳의 서낭당이 있다. 흔히 상당·중당·하당이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지역에서는 대체로 상당을 산신당, 중당을 천왕당, 하당을 골매기당이라고 한다. 상당은 마을 수호신 중 신격이 가장 높은 ‘산신’을 모시는 곳이다. 그래서 대체로 상당은 마을 주변 산기슭에 있다. 중당은 마을 수호신 중 신격이 두 번째로 높은 ‘동신(洞神)’을 모시는 곳이다. 그래서 중당은 마을 중심에 자리하는 예가 많다. 하당은 마을 수호신 중 신격이 세 번째에 해당하는 골매기신[谷防]을 모시는 곳이다. 골매기신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마을에 처음 터를 잡은 인물을 신격화한 마을 개척신 말하고, 다른 하나는 골짜기로 들고나는 길운과 액운을 책임지는 신을 말한다. 그래서 하당은 마을 입구에 자리한 예가 많다. 상당·중당·하당의 예를 우리고장에서 한 번 찾아보면 가창면 정대리 안매남 마을의 산신당·할배당·할매당, 한덤이 마을의 산신당·천왕당·조산 할매당, 평지마의 산신당·천왕당·골목천왕당, 유가면 용봉리 솥골의 뒷서낭[부처당산]·앞서낭[큰 당산]·수구맥이[작은 당산], 한정리 원산마을의 산신당·미륵굼·삼정자 등을 들 수 있다.  

  

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 e-mail: 3169179@hanmail.net        

3) 유교식·무속식·유교+무속식


지난번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마을동제의 제사형식은 대체로 ‘유교식’·‘무속식’·‘유교+무속식’이 주를 이룬다. 유교식은 일반 기제사의 절차와 유사하다. 분향강신의 절차를 통해 신을 제단에 모시고, 술을 세 번 올리고, 축문을 태우는 것으로 신을 다시 돌려보내고 제사를 마친다. 첫 번째 잔을 올릴 때 신에게 축문을 읽는 것도 기제사와 같다. 반면 무속식은 무당이 주관하는 굿 형식을 따르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제를 완전한 무속식으로 행하는 예는 드물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시속이 많이 변한 탓이다. 그래서 요즘은 동해안 바닷가 마을에서도 매년 지내는 동제는 간략하게 유교식으로 하고, 2-3년 마다 한 번 씩 무속식으로 대규모 동제를 지내고 있다. 무속식은 신내림 절차를 행하고, 이어 실제로 굿판을 벌이는 형식이다. 끝으로 유교+무속식은 말 그대로 유교식과 무속식이 절충된 형식이다. 주로 제사의 앞부분과 뒷부분은 무속식으로 하고, 가운데 부분을 유교식으로 한다. 앞부분에서 대내림이라는 절차를 통해 제관을 선정하고, 본 행사인 제사는 유교식으로 한 뒤, 마지막에 굿판을 벌이는 식이다. 하지만 어떤 형식으로 동제를 지내든지 간에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제사날짜에 앞서 미리 제관을 선정해 며칠에 걸쳐 금기[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를 행하는 절차와 제사를 마치고 나면 마을주민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음복을 하고 놀이판을 벌이는 것이다. 


4) 현풍휴게소(下) 500년 느티나무와 웃물문마을 동제


구마고속도로 하행선 현풍휴게소 내 서편 언덕 위에 수령 500년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소원 들어주는 500년 느티나무’로 소문난 이 나무는 사실 현풍읍 성하리 웃물문마을의 서낭당이다. 지금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이 마을 동제는 우리고장에서 유일하게 전통방식대로 행해지는 동제로 알려져 있다. 웃물문마을 동제는 매년 음력 1월 10일 제관선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때 높이 10m의 대나무에 옷을 입히고 복주머니를 매달아 대내림에 사용할 천왕대를 먼저 준비한다. 여기서 대내림이란 대나무에 신이 내린다는 의미다. 대내림 절차는 천왕대를 서낭당 느티나무에 기대어 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동제에 밝은 주민대표 한 명이 천왕대 앞에서 비손을 하며 마을주민의 이름을 호명한다. 이때 호명과 동시에 대나무가 흔들리면 호명된 당사자는 제관에 선정이 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제관, 공양주, 축관 등을 선정한다. 제관 선정이 끝나면 제관의 집과 서낭당에 금줄을 두르고 황토를 뿌린 후 제일까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금기를 행한다. 1월 14일 자정 무렵이 되면 비로소 천왕대를 앞세우고 서낭당으로 가서 유교식으로 본 제사를 지낸다. 이때 천왕대는 느티나무에 걸쳐둔다. 제사가 끝나면 천왕대를 앞세우고 공양주 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음복을 하는 것으로 본 제사는 마무리된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다시 천왕대를 앞세우고 느티나무로 가서 이번에는 천왕신에게 마을의 한 해 운수를 묻는 굿을 한다. 이 굿판까지 모두 끝나면 마을주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마을축제를 즐긴다. 예전에는 며칠에 걸쳐 지신밟기·달집태우기·쥐불놀이·석전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행하며 축제를 즐겼다.


5) 에필로그


산신도를 보면 산신은 모두 남성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산신하면 으레 남성을 떠올린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본래 산신·대지신·토지신·곡식신 같은 신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 중국 곤륜산 산신 서왕모, 지리산 산신 천왕성모, 가야산 산신 정견모주 등도 모두 여성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우리의 마을 수호신인 서낭신도 본래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인류의 발전과 더불어 남녀의 역할분화가 시작되고 뒤이어 유교문화가 정착됨으로써, 여성신이 남성신으로 변하기도 하고, 또는 여성신이 결혼을 해 부부신이 탄생하기도 했다. 동해안 바닷가 마을 서낭당에 모셔진 서낭신 그림을 보면 여성신 또는 부부신이 많은 것도 다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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