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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문화유적 탐방] 78. 도동서원의 강학과 제향
  • 푸른신문
  • 등록 2019-07-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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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마디로 이들 서원 덕분에 우리나라 성리학의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네스코가 특별히 주목한 것은 서원의 주요기능, 곧 강학과 제향이었다. 한국의 서원은 바로 이 강학과 제향을 통해 500년 세월동안 성리학의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도동서원을 통해 유네스코가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로 인정한 서원의 2대 기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2) 도동서원 교칙, ‘도동서원규목’


요즘도 학교에 교칙이 있는 것처럼 과거 서원에도 ‘원규·규목·학규’ 같은 교칙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14년 전 한강 정구 선생이 제정한 도동서원의 교칙은 모두 8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목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로 ‘도동서원규목’은 현재 도동서원 중정당 대청 벽면에 게시되어 있다.


①근향사: 향사[제사]를 신중하게 치룰 것. ②존원장: 원장을 존중할 것. ③택유사: 유사[서원업무 실무자]를 가려 뽑을 것. ④인신진: 신진[신입생]을 영입할 것. ⑤정좌차: 앉는 차례를 바르게 정할 것. ⑥근강습: 강습을 부지런히 할 것. ⑦예현사: 어진 선비를 예우할 것. ⑧엄금방: 금지와 예방을 엄격히 할 것.


3) 학교로서의 기능, 강학(講學)


조선시대 학교제도를 보면 지금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서당, 중·고등학교[혹은 대학교]에 해당하는 향교[국공립]와 서원[사립], 최고교육기관인 성균관이 있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사액서원인 도동서원은 영남지역을 대표하는 ‘국가공인명문사립대학’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국가공인명문사립대학인 도동서원의 원생은 어떤 방식으로 뽑았을까? ‘도동서원규목’에 따르면 봄·가을 향사 때 추천받은 인물들을 대상으로 중론을 거친 후 최종선발은 원장이 결정했다. 이때 추천자격으로는 반드시 나이 20세 이상으로 학행이 뛰어나거나, 혹은 20세 미만이라도 사마시, 향시 등에 합격하였거나 덕행을 갖춘 자라야 했다. 참고로 사액서원의 원생정원은 20명, 비사액서원의 원생정원은 15명 정도였다. 서원의 교과과정은 대체로 『소학』과 『가례』를 기초로 하고, 사서오경을 중심으로 한 경사자집(經史子集)을 공부하되, 노장이나 불교 등 기타 이단의 서적들은 다루지 않았다. ‘도동서원규목’ 중 교육활동과 관련이 있는 ‘근강습’ 항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근강습: 강습을 부지런히 한다. 원장은 학문을 권하고 강습하는 일을 폐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과 봄에는 사서오경 및 성리서를 읽고, 여름과 가을에는 역사서·자서(子書)·문집을 읽는다. 서원에서는 과거시험 공부는 물론 자기 수양의 공부인 ‘위기지학’에도 매진한다. 조정의 이해, 변방의 소식, 고을 관원의 잘잘못, 뭇 사람들이 저지른 죄악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한편 서원의 교육방법을 보면 평소에는 독서와 자습을 위주로 하고, 10일이나 15일마다 강회를 실시했다. 강회 때는 모든 원생들이 강당에 올라와 그간 학습한 내용을 교수진 앞에서 평가받는다. 평가방법은 발표와 질의응답 중심인데 여기에서 합격을 해야 다음단계의 진도로 넘어갈 수 있다. 서원교육의 두드러진 특징은 철저한 수준별 학습과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점이다. 여러 원생들의 진도가 개개인의 학습능력에 따라 제각각이고, 교수진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독서와 자습을 통해 스스로 학업을 성취해나갔다. 강회 외에도 ‘거접’이라는 특별한 교육방식이 있었는데 이는 과거시험 대비를 위한 일종의 특별반(?) 활동이다. 비유컨대 강회가 일반적인 학술세미나라면 거접은 시험 대비를 목적으로 한 기숙형 그룹스터디라고 할 수 있다.
 
4) 사우로서의 기능, 제향(祭享)


사우는 특정인물의 위패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는 건물이다. 대부분의 서원은 사우를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서 행하는 제사를 특별히 향사(享祀)라고 한다. 서원향사는 일 년에 두 번 봄·가을에 정기적으로 행해진다. 먼저 성균관과 향교에서 공자의 제사인 석전대제를 지내고나면 그날로부터 10일의 간격을 두고 수차에 걸쳐 서원향사가 진행된다. 대체로 큰 서원들은 첫 번째 10일 뒤에 행하고, 나머지 서원들은 두 번째, 세 번째 돌아오는 10일 뒤에 향사를 지낸다. 현재 도동서원 향사는 첫 번째 10일 뒤인 음력 2·8월 중정일(中丁日)에 1박2일간에 걸쳐 진행된다.


입재(入齊)→시도(時到)→인사(人事)→입실(入室)→분정례(分定禮)→알묘례(謁廟禮)→성생례(省牲禮)→습례(習禮)→야화상(夜話床)→향사(享祀)→제사공사(祭祀公事)→준례(餕禮)→귀가(歸家)


서원에서는 이러한 향사 외에도 정기·부정기적으로 제수는 생략하고 향만 불사르는 약식 의례를 행하기도 한다. 매년 음력 정월 초에 올리는 ‘정알’, 매달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올리는 ‘삭망분향례’, 외부인의 서원방문시에 행하는 ‘알묘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올리는 ‘고유례’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인 서원에서 왜 이렇게 제사를 행하는 것일까? 이는 ‘모델링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원생들에게 있어 향사는 사우에 모셔진 선현을 배우고 닮겠다는 다짐의 자리인 것이다. 사실 서원의 원생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우에 모셔진 선현에게 인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쳤다. 이처럼 서원에서 행하는 제사는 복을 기원하는 종교제사와는 완전히 그 성격이 다르다.


5) 에필로그


지난 7월 20일 토요일. 소수서원에서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한 고유제가 열렸다. 소수서원의 사우인 문성공묘에 모셔진 회헌 안향 선생의 신위에 유네스코 등재 사실을 아뢰는 의식이었다. 소수서원을 시작으로 앞으로 나머지 8개 서원도 고유제를 진행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도동서원 고유제에 한 번 참례해보면 어떨까?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 e-mail: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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