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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문화유적 탐방] 73. 대구 최초발견 동천바위, 대암동천
  • 푸른신문
  • 등록 2019-06-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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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최근 여러 번에 걸쳐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정대리 일원의 문화유적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예고한 것처럼 ‘대암동천(大巖洞天)’ 바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참고로 최근까지 대구에서는 단 하나의 동천바위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대구에서도 동천바위가 발견됐다. 그것도 우리 고장인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한덤이[대암] 마을에서 말이다.


2) 대구 최초발견 대암동천바위


지난 2019년 6월 3일, 필자는 달성군 가창면 일대를 답사하던 중 우연히 동천바위를 발견했다. 한덤이 ‘달성조길방고택’을 답사하고 내려오는 길에서였다. 한덤이 천왕당 당산나무 아래에 잠시 주차를 하고 산신당·천왕당·조산할매당을 둘러보던 중이었다. 계곡 아래 나뭇가지들 사이로 밝은 빛을 띠는 커다란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옛 선비들이라면 저런 바위를 가만 놔두지 않았을 텐데…’ 먼발치에서 계곡 아래 그 바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天’ 자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무슨 연유에서인지 ‘동천’이란 두 글자가 머리에 떠올랐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天’ 자 위쪽을 잘 살펴보니 확실하진 않지만 ‘大巖’ 두 글자가 더 보이는 것 같았다. ‘大巖쫛天’. 마치 귀신에 홀린 듯 곧장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그래. 틀림없이 대암동천이야. 분명히 洞자가 있을거야’ 역시 그랬다. ‘대암동천’ 넉 자가 바위에 새로로 새겨져 있었다. 정말 소름끼치는 경험이었다. ‘대’·‘암’·‘천’ 세 글자는 음각된 부분이 짙을 색이어서 쉽게 판독이 가능했고, ‘동’ 자는 음각부분의 색이 바위 표면의 색과 비슷해 자세히 살펴봐야 확인이 가능했다. 정면에서 보면 바위는 좌측으로 약 15도 정도 기운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었다. 높이 6m, 너비 5m 쯤 됨직하고, 가장 아래에 새겨진 ‘천’ 자의 높이가 필자가 팔을 위로 뻗었을 때 겨우 손끝이 닿는 정도의 높이였다. 글자는 반듯한 정자체로 한 자의 크기가 A4용지 보다 조금 더 커 보였다. 『한국전통조경학회지』(2018년)에 의하면 현재 경상북도 지역에서 확인된 ‘동천바위’는 모두 79개소다. 영주 20개소, 봉화 16개소, 안동 11개소, 영양과 울진이 각각 7개소 등인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구는 확인된 것이 없다. 


3) 세상과 격리된 또 다른 세상


‘구곡문화·팔경문화·동천문화’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옛날 선비들이 경치 좋은 곳을 특정해 즐기던 문화를 말한다. 그런데 그들이 경치를 즐기는 방법이 요즘과는 달랐다. 경승지를 유람하고 관광한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 경영했다. 경영방식은 경승지의 자연물에다 자신들의 철학, 사상 등을 이야기로 덧입혀 가공한 후, 그 결과물을 남들과 함께 공유하는 식이었다. 다시 말해 ‘스토리텔링’ 작업을 거친 후, 그 내용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한 것이다. ‘구곡·팔경·동천’ 세 문화는 서로 비슷한듯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구곡·팔경문화는 유교를, 동천문화는 도교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구곡문화는 중국 남송시대 인물인 주자의 ‘무이구곡’을, 팔경문화는 북송시대 인물인 송적[또는 이성]의 ‘소상팔경도’를 그 시원으로 한다. 반면 동천문화는 당나라 현종 때 이름난 도교의 도사였던 사마승정의 ‘천지궁부도’에 기원한다. ‘천지궁부도’에서 신선이 사는 곳을 동천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필자는 ‘구곡·팔경·동천’을 나름 다음과 같이 이해하고 있다.


구곡은 철학, 팔경은 예술, 동천은 은거(隱居)를 지향한다. 구곡과 팔경은 그 대상지가 넓고 긴 반면 동천은 좁고 짧다. 구곡과 팔경은 9굽이, 8경에 모두 바위글씨가 있지만 동천은 동천바위 하나에만 바위글씨가 있다.


4) 대암동천과 대암 손정은


그렇다면 대암은 무엇을 뜻하며 대암동천 바위글씨는 누가 쓴 것일까? ‘손정은(孫廷誾·1838-1917)’. 그는 한말 가창일원에서는 ‘손학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그는 대구시 수성구 상동 소재 봉산서원에 제향된 문탄 손린 선생의 8세손으로 대암동천바위가 있는 한덤이에서 학문을 한 선비다. 바로 그의 호가 대암이다.[치주(恥宙)라는 다른 호도 있으며 자(字)는 성은(聖誾)이다] 지금의 달성조길방고택 바로 뒷집 자리가 그의 서당이 있던 자리다.[서당 뒤편 산중에 또 하나의 서당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빈터만 남아 있다.] 지금의 화원읍 인흥마을 남평문씨 세거지를 있게 한 수봉 문영박 선생도 나이 16-17세 때 형님인 소은 문영근과 함께 이곳 대암 선생 서당에서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대암동천 바위글씨를 누가 쓴 것인지는 확실치가 않다. 물론 대암 선생이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암동천 바위글씨가 먼저 있었고 대암이라는 호가 뒤에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통상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5) 에필로그


요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스토리텔링’이 대세다. 스토리텔링이란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 백과사전식 사실나열이 아닌 이야기식으로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해설에는 스토리텔링기법이 정말 유용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구곡·팔경·동천문화도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있다. 자연[바위]이라는 원고지에다 써내려간 옛 선비님들의 고품격 스토리텔링작품 말이다.


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 e-mail: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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