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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건강보험제도 이야기]
  • 푸른신문
  • 등록 2023-09-07 14: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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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 막아주는 파수꾼, 소득보험료 사후정산제도

큰 아이 초등학교 때 만난 9명의 엄마들이 십수년이 훌쩍 넘어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1년에 서너 번 만나 맛있는 점심 먹고, 카페에 앉아 아이들이 얼마나 빨리 자라는 지 감탄 섞인 수다를 떨다 헤어지곤 한다. 어느 날 모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병원도 안가는 데 건강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는 말이 나왔다. 남편이 직장에 다니거나 본인이 직장에 다니는 경우는 건강보험료가 얼마인지 잘 몰랐고, 지역가입자들은 건강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많았다.
일명 반장 엄마가 “건강보험료를 내면 바보지. 아깝게 그걸 왜 내.”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와 달리 성격도 활발하고 세상 이치에 밝아 자연스럽게 우리 모임의 리더가 된 그녀는 보험모집인 일을 하고 있으며, 실적도 좋다고 자랑하곤 했다. 건강보험 자격은 남편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있어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고 한다. 해마다 10월 쯤 자신에게 사업소득이 있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는 안내문을 받곤 하지만, 보험회사에서 ‘해촉증명서’라는 서류를 발급받아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면 다시 남편의 피부양자로 올라간다고 한다. 작년에 공단에 가서 서류를 제출할 때 제도가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있을 거라고 장담을 했다.
타고 다니는 차도 자주 바뀌고, 명품 백에 유명 메이커 옷을 즐겨 입는 그녀가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나보다 건강보험료를 덜 낸다는 아니 안 낸다는 말에 ‘뭐 이래.’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나라에서 내라는 건강보험료이니 공정하게 하겠지.’하고 무심했지만 알아는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집 근처에 있는 국민건강보험 대구달서지사를 찾았다. 상황을 설명하고 내 보험료가 왜 이렇게 매겨지고, 안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어봤다.
차근차근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공단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직장가입자는 소득으로,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된다는 것을 알았다. 지역가입자 등 소득에 대한 보험료는 국세청이 매년 5월 소득발생자의 신고를 받아 전년도 연간 소득을 확정하면, 공단은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그해 11월부터 다음해 10월까지 보험료를 매기는 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이렇게 1~2년 전의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소득이 줄거나 소득 활동이 중단됐을 때 현재 소득이 없다는 증빙서류를 첨부해 공단에 조정신청을 하면 사유발생일 익월부터 보험료의 조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예를 들어 프리랜서의 경우 실제는 소득활동을 계속하지만 보험료 부과시점에 소득활동이 중단되었음을 이유로 보험료 조정신청을 하고,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등재하여 보험료 부담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부담 없이 병원을 이용하는 반장 엄마 같은 얌체족들의 문제가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단은 2022년 9월부터 소득보험료 조정제도를 개선하여 사후정산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소득 중단을 이유로 보험료 조정을 받았더라도 이후 조정한 당해 연도의 소득이 확정이 되면, 다음해 11월에 전년도 보험료를 재산정하여 덜 낸 사람은 더 내고, 더 낸 사람은 돌려주는 제도라고 한다. 오는 11월 첫 적용을 한다고 한다.
이제껏 누군가는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고, 누군가는 제도의 틈을 비집고 이용하여 무임승차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허탈했다. 우리는 비용을 지불할 때 그 크기보다 공정하지 못한 지불일 때 더 화가 난다. 세상을 다 아는 듯 뻐기면서 사는 반장 엄마가 큰 소리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이제라도 개선되었다는 건강보험의 지역보험료 소득보험료 사후정산제도가 우리가 내는 보험료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주길 빌어본다.

(사)대한어머니회 대구 달서구 지회장 최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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