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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문화유적 탐방] 58. 신라와 가야의 접경지 화원 성산리
  • 푸른신문
  • 등록 2019-03-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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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대구3대문화권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대구의 유교·가야·신라 3대 문화를 테마로 하는 문화관광분야 주요 국책사업 중 하나이다. 그런데 유교·가야·신라 3대 문화 중에 대구와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이는 것이 있다. 그렇다. 가야문화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달구벌의 후예이자 신라의 후예였던 대구는 지금의 화원읍 성산리 일대를 중심으로 가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2) 화원토성과 성산리 고분군


5-6세기 경 삼국시대 대구에는 지금의 서구 달성의 달구벌, 북구 칠곡의 팔거리, 다사읍의 다사지, 화원읍의 설화, 동구 불로동 등 4-5개 정도의 큰 정치집단이 있었다. 그 근거로는 이들이 남긴 성과 고분을 들 수 있다. 달성토성과 달성고분군, 팔거산성과 구암고분군, 죽곡산성과 죽곡고분군, 화원토성과 성산고분군, 봉무토성과 불로고분군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 정치집단들 중에 신라와 가야라는 강대한 두 고대국가를 상대했던 집단이 있었다. 바로 성산리를 세력권으로 한 정치집단이다. 이들은 신라에 병합되기 전까지는 동쪽의 신라와 서쪽의 대가야를 모두 상대했다. 하지만 신라에 병합되고 난 후에는 대가야와 국경을 마주하는 신라의 최전방 야전사령부 주둔지로서의 역할을 했다. 성산리 일대의 지형을 보면 이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성산리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대가야와 마주보고 있으며, 낙동강변으로 해발 80-90m 정도의 구릉지가 잘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력을 지닌 고대 성산리의 정치집단이 남긴 대표적 유적이 화원동산 정상부의 화원토성[성산토성]과 성산리 마을 뒷산일대에 남아 있는 성산리 고분군이다.


3) 대구관광 핫플레이스, 사문진과 화원동산


사문진은 과거 낙동강 중류의 대표적인 나루터였다. 경상감영과 대구부로 이어지는 물류라인의 중심지였던 사문진은 조선전기에 이미 무역창고인 화원창과 대일무역의 중심지였던 왜물고가 설치되었다. 근대에 와서는 1900년 3월 미국 선교사 사이드보텀[사보담]에 의해 ‘귀신통’이라 불렸던 피아노가 한국 최초로 사문진을 통해 대구로 들어왔으며, 1932년에는 이규환 감독의 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가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일제에 의해 사문진 일대가 유원지로 조성되어 한동안 번창했지만, 8·15 광복 후 관리부실로 쇠락했다. 이후 1979년에 (주)금복주가 이 일대를 다시 화원동산으로 개발·운영하다가 1993년에 대구시에 기부 체납했다. 그 뒤 달성군이 사문진을 중심으로 각종 축제와 주막촌·유람선 사업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금은 대구를 대표하는 위락형 문화관광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사문진에서의 사문은 한자로 ‘沙門’ 또는 ‘寺門’이다. 沙門은 이 일대에 넓은 모래사장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고, 寺門은 신라말-고려초 인근에 인흥사라는 큰 사찰이 있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4) 대구 생태관광 1번지 달성습지


달성습지는 금호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지역인 강정과 화원 사이의 범람형 습지를 말한다. 하지만 이 일대에 성서공단이 들어서기 전인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달성습지는 지금의 성서공단 일대와 달서구 파호동,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 고령군 호촌리 일대를 포함해 약 50㎢에 달했다. 달성습지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1989년 「아시아습지목록」에 등재될 만큼 습지로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달성습지의 중요성과 가치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는 다양한 종류의 철새 도래지라는 점이다. 이 일대의 넓은 모래밭과 평야가 철새들의 휴식활동과 먹이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예전에는 철새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천연기념물이자 국제보호조류인 흑두루미 수천 마리가 찾아왔지만 지금은 보기 드물다. 그러나 황로·왜가리 등의 여름철새와 고니·홍머리오리·청둥오리 등의 겨울철새는 지금도 여전히 찾아오고 있다. 둘째는 달성습지의 홍수예방 및 수질정화기능이다. 달성습지는 그 면적이 매우 넓다. 따라서 홍수발생시 낙동강과 금호강의 유속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넓은 모래지대를 중심으로 복류수층이 잘 발달하여 물을 저장하고 또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기타 달성습지의 중요성으로는 달성습지와 인근 대명천 유수지가 환경부 2급 보호동물인 맹꽁이의 최대 서식처라는 점과 노랑어리연, 기생초, 갈대, 억새 등의 습지식물 자생지라는 점이다. 대구광역시는 생태관광자원개발을 위해 2007년부터 달성습지를 습지보호지역 및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현재 사문진나루터와 달성습지 사이에는 데크형 탐방로가 설치되었으며, 2019년 4월 중으로 달성습지 일원에 3층 규모의 달성습지생태학습관이 개관이 될 예정이다.


5) 에필로그


성산(城山)이라는 마을이름은 마을뒷산 정상부에 삼국시대 토성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낙동강가의 이 작은 마을이 최근 대구관광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 없는 현재 없고, 현재 없는 미래 없는 법이다. 3-4세기 성산리에는 낙동강을 매개로 하여 신라와 가야문화가 공존했다면, 5-6세기의 성산리에는 신라의 편에 서서 가야를 상대하는 신라의 최전방 야전사령부가 있었다. 또한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낙동강 중류의 주요 물류기지가 있었고, 근·현대에 와서는 휴식과 관광을 넘어 대구를 대표하는 생태학습장까지 세워진다. 화원토성에 올라 가야 땅 고령과 신라 땅 달성 그리고 낙동강과 달성습지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감회가 새롭고 또 새롭다.  


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 e-mail: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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