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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문화유적 탐방] 55. 임휴사, 16나한전과 삼성각
  • 푸른신문
  • 등록 2019-02-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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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대구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는 앞산 달비골. 그 초입에 천년고찰 임휴사(臨休寺)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100년 전인 921년, 영조대사에 의해 처음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임휴사는 부처님만큼이나 고려 태조 왕건으로도 유명한 사찰이다. 927년 고려와 백제는 대구 팔공산 자락에서 동수대전을 벌였다. 이 전투에서 고려 태조 왕건은 견훤의 백제군에 대패하여 혈혈단신으로 탈출을 한다. 이때 왕건은 자신의 대구 진격로와 도주로를 따라 대구 곳곳에 많은 지명을 남겼다. 당시 왕건이 대구 땅에 마지막으로 남긴 이름이 임휴사다. 임휴사는 도주 중이던 왕건이 잠시 쉬었던 사찰이라 해서 얻은 이름이다.


2) 천년고찰이 한 줌의 재로 변해


임휴사를 천년고찰이라 칭하는 것은 사찰의 역사가 1,100년을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건 이후 조선 중기까지의 역사는 알 수 없으며, 조선 후기에 와서 무주선사[1811년]와 포산화상[1930년]에 의한 중창이 있었음은 확인된다. 이후 1996년에 혜담 스님에 의해 중창되고, 1999년 대웅전이 완공되었다. 하지만 2004년 7월 12일 새벽, 임휴사에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정체불명의 괴한에 의해 방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 방화로 대웅전과 삼성각은 전소되고, 반야당도 일부가 소실되었다. 이때 대웅전 내부에 봉안된 삼존불과 탱화 2점 역시 한줌의 재로 변하고 말았다. 이후 임휴사는 복원불사를 추진하여 2008년 3월 대웅전이 다시 복원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췄다. 현재 임휴사의 전각과 당우는 대웅전, 16나한전, 삼성각, 반야당, 요사채 등인데 대부분이 신축건물이다.


3) 열여섯 분의 아라한을 모신 전각, 16나한전


불교에서는 부처 외에도 보살, 나한 같은 존재가 있다. 부처는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불교에 있어 최고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존재이다. 이에 비해 보살은 부처처럼 깨달음은 얻었지만 아직 부처가 되지는 못한 존재를 말한다. 다시 말해 ‘부처님자격증(?)’은 받았지만 부처가 되지 않고 현세에 남아, 중생구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맹세를 한 존재가 보살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한은 무엇인가. 나한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들 중에서 깨달음을 얻은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다. 석가모니의 제자들은 그 깨달음의 정도에 따라 모두 8단계로 구분이 된다. 이중 최고 단계에 이른 인물을 아라한(阿羅漢)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중국불교를 거치면서 ‘나한’으로 바뀌어 우리 불교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사찰에서는 이러한 나한을 모신 전각을 나한전 또는 응진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종종 ‘오백나한전’이니 ‘십육나한전’이니 하는 전각들을 볼 수 있다. 이는 전각 내에 모셔진 나한의 수에 기원한 것으로 나한의 수가 500명이면 500나한전, 16명이면 16나한전이 되는 것이다. 어쨌든 나한을 모신 나한전도 주불은 석가모니불이다.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마하가섭과 아난존자, 그 바깥으로 나머지 나한들이 모셔진다. 그런데 나한전의 나한상들은 사찰 내의 다른 법당에 모셔진 불보살상과는 달리 그 모습이 좀 특이하다. 일상적이거나 매우 해학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사찰들은 독특한 나한상으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한다. 임휴사의 나한전은 한때 500나한전 편액을 내건 적이 있었으나, 현재는 16나한전 편액을 달고 있다. 참고로 16나한은 스승인 석가모니로부터 열반하지 말고, 현세에 남아 끝까지 중생을 돌보라는 특명을 받은 특별한 나한들이다.   

 

4) 삼성인(三聖人)에서 삼신(三神)으로 삼성각의 변천  

   
불교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타종교·타문화를 거부하지 않고 불교를 중심으로 받아들여 불교화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산지나 바닷가 사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산신각·용왕각·삼성각·국사당 같은 것들이 좋은 예다. 그런데 이중에서 정체성이 매우 모호한 것이 있으니 바로 삼성각이다.
삼성각(三聖閣)은 이름 그대로 본래는 세 분의 성인을 모신 전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삼성각에는 성인이 아닌 ‘치성광여래·독성·산신[용왕]’과 같은 신(神)들이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중앙에 모셔진 치성광여래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불교화한 표현이며, 독성은 16나한 중 한 분인 아난존자[혹은 빈두로존자]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산신[산지사찰]과 용왕[바닷가사찰]은 사찰의 입지조건에 따라 서로 혼재되어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본래의 삼성각에는 신이 아닌 세 분의 성인이 모셔져 있었다. 여기서 세 분의 성인이라 함은 여말선초 우리나라 불교계를 이끈 3화상, ‘지공·나옹·무학’ 세 스님을 말한다. 하지만 조선조 숭유억불정책에 의해 서서히 이들 세 스님은 삼성각에서 쫓겨나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치성광여래·독성·산신인 것이다.   
임휴사 삼성각 내부에는 치성광여래·독성·산신을 입체적으로 묘사한 독특한 형태의 조각화가 모셔져 있다. 그 중 가운데 자리한 치성광여래도를 잘 살펴보면 금륜[황금빛 수레바퀴]을 손에 들고 있는 치성광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일광보살·월광보살이 있고, 그 바깥으로 북두칠성을 부처화한 칠[7]여래가 있으며, 그 아래로 도교복장을 한 북극성과 칠성이 보인다.


5) 에필로그


불교의 부처·보살·나한과 유사한 개념이 유교에도 있다. 바로 성인·현인·군자이다. 유교에서는 공자와 같은 이를 성인이라 하고, 그에 조금 못 미치는 이를 현인·군자라고 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부처가 될 수 있고, 또 성인·군자가 될 수 있다는 인간본위, 인간친화적인 두 종교의 가르침이 참 매력적이다.


※ 참고문헌: 사찰의 상징세계, 자현스님


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 e-mail: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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