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핫플_여기 어때? 그곳 거기
지중해 서쪽 스페인 말라가주의 작은 도시 마르베야에 가면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유럽 가정식 맛집이 있습니다.
각종 야채를 올리브오일에 비벼서 나오는 샐러드, 갓구운 빵과 함께 먹는 유럽식 피자와 샌드위치… 화려한 무늬의 접시에 담아서 오는 따뜻한 미소의 주인아주머니… 여유롭고 한가하며 따뜻한 곳입니다.
우리 지역 월성동에도 스페인 마르베야에서처럼 따사로운 햇살이 맛있는 유럽 가정식 브런치 카페가 있어 찾아가 보았습니다.
학산초등학교가 탁 트이게 보이는 월성동 유럽가정식 햇살맛집 ‘그곳 거기’에 가서 조선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점심이 한참 지났음에도 한편에선 학교 엄마들이 모여서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다른한편에선 뜨개질하는 손님 한 분이 한가롭지만, 빠른 손놀림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직접 만들었음 직한 예쁜 옷들과 커튼, 흔하게 보지 못하는 무늬의 찻잔과 접시들 자그마한 가게에 곳곳이 신기하고 이쁜 물건들로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이 모든 걸 조선미 대표가 직접 만들고 찾아가서 구해 온 물건들이라고 합니다. 대형화되고 프랜차이즈화되는 카페의 느낌이 아닌 따사로운 유럽풍 가정의 한가롭고 아기자기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가정에서 쓰일 커튼과 일상복들을 직접 만들었는데 대표의 시어머니께서 직접 재봉틀을 물려주시면서 재주를 전수해 주셨다 합니다. 홈패션 소품들이 따스함이 묻어난다고 말씀드리니 대표는 “시어머니의 재봉틀을 보면 제가 얼마나 사랑받는 며느리인지 느끼게 돼요. 따뜻한 마음이 들어 만드는 홈패션에도 묻어나는 거 같아요.”라며 웃음 지었습니다.
시그니처 메뉴를 여쭤보니 수줍은 미소로 “우리 집은 햇살이 맛있어요.”라고 하시길래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브런치 메뉴와 피자, 샐러드가 나올 때쯤 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가게 안에 들어오니 따스하고 환한 동화 속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이래서 햇살 맛집이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뉴는 주문받으면 만들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직접 모든 메뉴를 만들어서, 주문하고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게 손님들에게 미안하다”고 조선미 대표는 말합니다. 가게 안에 여러 가지 소품들로 지루할 틈이 없고 햇살만 받고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져 크게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낮에는 햇살맞집으로 따뜻하고 밤이 되면 ‘그곳 거기’는 예약 위주 모임을 주로 열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곳이 된다고 합니다. 조선미 대표는 “요즘엔 집에 초대하기가 좀 그렇잖아요~ 음식도 준비해야 하고, 집 안에 인테리어며 가구며 청소도 해야되니까… 저도 우리집에 손님들 초대하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거든요.” 부부모임이나 가족, 친구들 모임을 가게에서 연다고 합니다.
하나의 팀이 가게 전체를 예약하는 식이기 때문에 프라이빗해서 오히려 손님들이 더 즐겁게 모임을 가진다고 합니다. 오신 손님 중에서 괜찮은지 다음번에 다른 모임을 할 때 예약하시고 또 다른 손님들이 예약하시고 해서 아름아름 저녁 모임 맛집으로도 괜찮다고 합니다.
조선미 대표는 손님들에게 그냥 오셨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뚜렷하게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책 읽고, 그냥 수다 떨고, 그냥 혼자 멍하니, 또 그냥 십자수 뜨고… 그래서 ‘그곳 거기’ 이고 ‘그곳 거기’에서 그냥 있기 좋은 곳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솔직히 가게를 나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곳 거기’에서 멍하니 창밖을 보고 싶었고, 읽지 못했던 책을 읽고 따뜻한 차 한 잔 더 마시고 싶었습니다. 햇살이 비추는 가게의 따뜻함이 정말 지중해 스페인 마르베야에 온 것 같았습니다.
☞달서구 월성동 84-5번지/ ☎0507-1352-7873
최윤석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