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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고 답하다] 부끄러운 자화상
  • 푸른신문
  • 등록 2022-09-01 13: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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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다보니 대개는 서로 어울리는 ‘모임’에 소속되어 교류 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임은 과거 어느 한 때의 인연을 매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주된 활동과 이야기도 미래보다는 과거를 향한다.
또 다른 형태의 모임은 접대 모임이다. 이는 안면을 터서 무언가 의도하는 이익을 챙기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모임인 것이다. 고위험 사회에서의 ‘보험 들기’ 라고나 할까. 공식적으론 안 되는 일을 사사로이 해결하는 모임이다. 필요에 의해 수시로 접대하고 접대 받는 그런 모임이다. 밥 먹고, 술 먹고, 1차 가고, 2차 가고, 노래방 가고, 폭탄주 마시고, 건배하고……
찾아다녀야 할 모임이 너무 많고 만나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 ‘진짜 일’을 할 시간이 없는 나라가 한국이다. 문제는 다른 선진국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퇴근해서 집으로 직행하는 한국인이 드물고, 퇴근해서 1차 2차로 직행하는 선진국 사람 드물다. 비싼 술 한번 안 마셔본 사람이 드문 게 한국인인 반면, 발렌타인 한번 마셔본 사람이 드문 게 일본이고 미국이다. 그 차이에서 승부가 크게 갈린다.
낮 시간에 일하는 것은 한국이나 선진국이나 별 차이가 없다. 결정적 승부처는 오후 6시 이후의 ‘자유 시간’에서다. 긴긴 자유 시간을 우리는 과거를 위해, 편법을 위해 소비한다. 선진국 사람들은 마치 낮 시간의 연장처럼 저녁과 밤 시간을 보낸다. 그들의 생활은 밋밋하고 심심하고 외롭다. 재외동포들은 한국을 ‘즐거운 지옥’이라 한다. 야간 생활이 어쩌면 이리도 위태위태하고, 박진감 있고 육감적인지 힘들지만 재밌어 죽겠다는 것이다.
노벨상은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장인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틀리기를 바라지만 한국에선 노벨상이 나오는 것은 기대 난망이다. 공부하지 않고, 공부할 수 없는 나라에서 무슨 재주로 노벨상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우리들의 오후 6시 이후가 ‘선진화’ 되지 않는 한 노벨상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일이 될 것이다. 노벨상뿐이랴, 한국과 한국인이 6시 이후의 긴 시간을 이렇듯 철저히 과거 찾기, 인연 만들기에 사용하는 한 더 큰 희망은 솔직히 어렵다. 한국의 선진국 반열 진입은 6시 이후의 과거 몰입적, 인맥 제일주의적 행태의 변경 없인 불가능하다. 아마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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