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행정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인근의 주민 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코로나 예방과 관련하여 체온을 측정하고 방문자 기록을 남기는 절차를 진행하고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통과의례’를 진행하는 직원이 1명도 아니고 2명이나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은 “일의 양과 공무원 수의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법칙으로, 일의 분량에 관계없이 공무원 수는 증가하기 마련임을 통계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그 이유로 다음 두 가지를 들고 있다. 하나는 공무원의 생리가 원래 부하직원을 계속 늘리려고 하며, 다른 하나는 공무원들이 서로를 위해 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공무원이 부하직원을 고용하면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불필요한 일이 증대되어 공무원 수가 폭증한다는 것이다. 일은 그것을 처리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만큼 늘어나기 마련이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격언은 이를 잘 말해준다.
다른 측면의 이야기지만 기업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경영자들은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실행이라고 말한다. 더 심한 경우에는 전략은 수월한데 실행이 어렵다고 말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말인가! 경영자들은 이러한 가치 없는 격언이나 좋아하고 회사의 전략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한 기업이 어떻게 하면 마지막 5%까지 효율적으로 쥐어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동안 다른 기업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죽은 말을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얼른 말에서 내려오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다른 말로 바꿔 타는 전략도 있을 것이고, 죽은 말을 분석하기 위해 위원회를 소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기업은 죽은 말을 어떤 방식으로 타고 있는지 벤치마킹해볼 수도 있다. 죽은 말에게는 먹이를 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선언할 수도 있다. 아니면 죽은 말들을 여러 마리 묶어 타고 다니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모두 시도해보더라도 결국엔 말에서 내려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하는 데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칠 수 있는가?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환부가 곪아터지기 전에 현재의 전략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딘가에 당신 기업의 이름이 적혀 있는 총알이 있다. 그리고 어딘가에 당신의 전략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 아직 설립되지도 않았고 전혀 알 수도 없는 경쟁자가 있다. 당신은 그 총알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당신이 먼저 총알을 발사해야 할 것이다. 당신은 혁신 기업들을 능가하는 혁신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총을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총격을 당할 수 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