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교문화의 꽃, 서원
종택과 세거지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그들 나름의 문중 문화를 만들어냈다. 현풍곽씨12정려각으로 대표되는 현풍곽씨 문중의 충·효·열, 한훤당 김굉필로 대표되는 서흥김씨 문중의 선비정신 등이다. 이렇게 탄생한 개별 문중 문화는 여러 타 문중 문화와 교류를 하게 되는데, 그 교류 장이 바로 서원이다. 서원은 조선시대 사립 중등교육기관이다. 그렇다고 서원을 단순히 학교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서원은 유교문화를 사회화하고 확산시키는 측면에서 학교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는 양반 중심의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다. 그런 만큼 지역 사회는 지역 양반 문중이 주도했다. 이들 양반 문중 주요 출입처이자, 그들의 자제들이 모여 공부했던 곳이 서원이었다. 양반들은 서원을 통해 지역 여론을 주도할 수 있었고, 평민들은 교화라는 혜택을 입을 수 있었다. 유교 예치(禮治)를 지향한 조선에서 이처럼 지방 고을에까지 유교문화가 확산될 수 있었던 데는 서원 역할이 컸다.
‘대니산 반경 10리’에는 도동·이양·암곡·화산·송담 다섯 개 서원이 있다. 도동서원은 명실상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서원이다. 이양·암곡·화산 세 서원은 현풍곽씨 문중 서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양서원과 암곡서원은 각각 현풍곽씨 청백리공파와 목사공파를 대표하는 서원이며, 화산서원은 한훤당 김굉필과 더불어 ‘김곽양수재’로 불렸던 규헌 곽승화 외 3위를 제향하는 서원이다. 송담서원은 도동서원 인근 도동2리 산 중턱에 자리한 서원으로 조선 중기 유학자이자 임란 의병장인 대암 박성을 제향하는 서원이다.
2) 유교문화의 정수, 향교
‘대니산 반경 10리’는 고려·조선시대에 현풍현이었다. 현풍현 중심은 지금의 현풍 읍내다. 우리나라 지방행정구역에서 읍내 지역은 대부분 조선시대 때부터 그 지역 관아가 있어 온 정치·행정 중심지다. 지금도 읍내를 중심으로 관청과 초등학교·향교·비석군·누정 등이 있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현풍도 마찬가지다. 현풍읍 행정복지센터 주변에 현풍초등학교·현풍향교·사직단·석빙고·원호루 등이 자리하고 있다.
향교는 조선시대 관립중등교육기관으로 지금의 국공립중고등학교에 해당한다. 현재 남한에만 234개 향교가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향교는 지역 유림사회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관학인 향교와 사학인 서원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중등교육기관이라는 점과 강학과 제향을 주요 기능으로 한다는 점이다. 또 건축공간도 명륜당·강당·동재·서재 같은 교육공간과 문묘·사당 같은 제향공간으로 나뉜다는 점도 그렇다. 하지만 향교와 서원은 제향 인물에 있어서 만큼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서원은 대부분 우리나라 인물을 제향하는 반면, 향교는 유교 창시자인 공자를 비롯한 안자·증자·자사·맹자·정자·주자 같은 중국 성현과 동방18현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현인 18인을 제향한다. 이처럼 향교는 중국과 우리나라 대표 유교 성현을 모두 제향하는 공간인 만큼 유교문화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유교[유학]의 반은 경학(經學)이요 반은 예학(禮學)이라는 말이 있다. 향교에서 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바로 경학과 예학이다. 또 향교에서는 일 년에 두 번 봄·가을로 석전대제라는 큰 제사를 지낸다. 석전은 공자를 비롯한 중국과 우리나라 유교 성현들에 대한 제사로 그 역사가 무려 2천 년이 넘는다. 석전의 의의는 석전의례 안에 경학과 예학을 포함한 유교문화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이다.
석전의 발상지는 중국이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를 통틀어 석전이 이어지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나라 234개 향교는 단 한 곳도 예외 없이 석전을 봉행하고 있다. 이처럼 유교문화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향교 역시 ‘대니산 반경 10리’에 있다. 현풍향교다. 특별히 현풍향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금도 조선시대 방식으로 위패를 설치해 두고 있다. 1949년 전국유림대회를 기점으로 대부분 향교가 제향 인물 수를 25위로 줄이고, 25위 위패 모두를 대성전에 모셨다. 하지만 현풍향교는 지금도 조선시대 현풍현 소설위 방식을 고수해 27위를 모시고, 우리나라 현인 18위 위패는 대성전이 아닌 동무·서무에 나눠 모시고 있다. 이처럼 동방18현을 동·서무에 모시는 향교는 현재 전국에서 현풍향교가 유일하다.
3) 그 외 유교문화유산
앞서 살펴본 종택·세거지·서원·향교 외에 또 어떤 유교문화유산이 ‘대니산 반경 10리’에 있을까? 솔례마을 초입에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풍곽씨12정려각이 있다. 정려제도는 유교국가인 조선이 충·효·열을 장려할 목적으로 시행한 것으로, 한 문중에 한 명만 나와도 가문의 영광이라 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현풍곽씨 솔례문중은 정표자를 무려 15명이나 배출했다. 그것도 충신·효자·열녀 삼강(三綱)을 모두 배출했다.
낙동강과 대니산을 끼고 있는 ‘대니산 반경 10리’에는 누정도 여럿 남아 있다. 솔례마을 앞 용두산 정상에는 ‘김곽양수재’라 칭송받았던 김굉필과 곽승화 두 선생 유적인 대양정이 있다. 또 김굉필과 정여창 두 선생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이로정(二老亭)이 있고, 김굉필 선생이 부모상에 6년 시묘를 살았던 정수암과 선생의 후손인 사우당 김대진이 창건한 관수정과 낙고정사도 있다. 이뿐이 아니다. 우리 지역에 현존하는 유일한 조선시대 현풍관아 부속건물인 원호루도 있다.
문중 선영도 여럿 있다. 대암리 곽재우 장군 선영, 오설리 현풍곽씨 선영과 군위방씨 선영 등이 대표적이다. 불천위 사당도 있는데, 앞서 언급한 한훤당 종택과 솔례곽씨 종택의 불천위 사당 외에도 대암 박성, 존재 곽준 등의 불천위 사당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으로는 현풍읍 동산 정상에 복원된 옛 현풍 사직단이 있다. 조선시대에 현풍현 토지신과 곡식신에게 평화와 풍년을 기원하며, 사직제를 올렸던 제단이다. 사직단 아래 현풍천변에는 보물 673호로 지정된 현풍 석빙고도 있다.
4) 에필로그
현재 달성군은 사회·경제·문화·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대구광역시를 견인하는 선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 달성군은 다양한 유형의 문화관광자원을 개발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사문진·송해공원 같은 위락관광자원, 비슬산·낙동강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휴양·불교·유교관광자원, 디지스트·대구과학관 같은 교육·과학관광자원 등. 이처럼 달성군은 전통과 현대와 생태가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매우 특별한 공간이다. 이번에 살펴본 것처럼 우리 고장 유교문화유산을 잘 간직하고 있는 ‘대니산 반경 10리’도 달성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문화관광자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도동서원 인근에는 동방5현 기념관과 서원 스테이 시설 등 성역화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 e-mail: 31691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