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사먹는 집이 많아지면서 예전만큼 직접 김치를 담그는 집이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족들을 위해서 직접 김장을 하는 집들도 적지않다. 겨울철 큰 행사인 김장시즌에는 ‘김장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허리, 손목, 어깨, 목 등의 통증으로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아진다.
수십에서 수백포기의 배추를 씻고 양념을 하는 동안 쪼그려 앉은 자세를 유지하게 되고 이때 허리와 무릎에 많은 무리가 간다. 앉은 자세에서 허리에 가장 큰 부담이 전해지는데, 이때 허리를 앞으로 기울이게 되면 2~3배의 부담이 가해진다. 또한 절인 배추와 김치를 담은 통을 옮기는 일 역시 허리에 부담을 준다.
김장으로 인한 허리통증을 막기 위해서는 식탁에서 앉아 김장을 하는 것이 좋지만, 김장의 양이 많아 식탁에서 하기 힘들다면 쪼그려 앉기보다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는 것이 낫고, 등을 벽에 기대거나 큰 쿠션을 배에 둬서 허리가 덜 굽혀지도록 한다. 절인 배추나 통을 옮길 땐 여럿이서 하거나 물건을 몸 가까이로 당겨서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역도선수들이 바벨을 들어 올릴 때의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실내에서 김장을 하더라도 창문을 열어놓고 하면서 낮은 온도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근육과 인대가 굳어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얇은 옷을 여러겹 입어 체온을 유지하고 모자나 목도리를 하는 것도 좋다. 허리보호대나 손목보호대를 착용하여 관절을 보호하고 일하는 틈틈이 일어나 손목과 허리를 스트레칭 해주어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
따뜻한 성질의 한방차를 복용하는 것도 예방법이 될 수 있다. 생강, 쑥, 파뿌리 등은 성질이 따뜻하여 기혈순환을 도와 수족냉증이나 냉(冷)하여 생길 수 있는 위장질환, 생식기 질환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근육이 굳어 통증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발생했다면, 가급적 무리한 움직임을 줄이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반신욕, 온찜질 등을 통해 아픈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만약 통증부위에서 열이 나고 붓는다면 냉찜질을 해줘야한다.
몇일이 지나도록 통증이 지속된다면 참기보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해야 한다. 침, 뜸, 추나 등의 치료를 통해 경직된 주변 근육을 풀어주고 염증을 줄여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만성적인 요통의 경우 기혈순환을 촉진하고 근육에 영양공급을 하는 한약을 복용하면 더욱 효과가 좋다. 감기약으로 흔히 생각하는 쌍화탕(雙和湯)의 경우, 기력이 떨어져 몸이 허할 때, 온 몸이 노곤하고 피로할 때, 큰 병을 앓은 뒤에 효과적인 처방이다. 김장이라는 노동을 통해 몸이 피곤하고 허해질 때 도움이 될 수 있어 미리 한의원에서 처방받아 김장전후로 복용하는 것도 좋다.
보생조한의원 원장 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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