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장기동엔 비담이란 소박한 선술집이 있다.
횡단보도 바로 앞에 위치하기에 동네 주민들이 지나가다 간단히 한잔하기에 제격이다.
퇴근 후 찾아간 어느 날, 약속한 친구도 늦고 마침 사장님도 한가하시기에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비담이란 상호가 간결하고도 친근하기에 물어봤더니, 샘물 흐르는 모양 비(泌)에 이야기 담(談) 자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야기가 흐르는 곳이다. 알고 나니 동네 선술집 이름으론 아주 제격인 거 같다.
비담의 대표 메뉴는 아나고와 곰장어, 그리고 무뼈닭발!
여느 음식이나 다 마찬가지지만 이 메뉴들은 특히 재료의 신선도와 양념이 중요한 요리다.
그리고 숯불에 굽는 메뉴라서 구울 때 부지런해야 맛있게 먹는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사장님은 행여 손님들이 이야기를 나누다 음식들이 탈까 걱정돼, 수시로 지나다니며 굽혀져 가는 요리들을 살펴준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아나고는 입안에서 고소하면서도 녹을 듯 부드러운 육즙을 자아내고, 탱탱하게 잘 구워진 곰장어는 탱탱한 식감과 매콤한 맛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메뉴다!
여자 손님들에게 인기 만점인 무뼈닭발은 아나고나 곰장어 주문 시 감초처럼 1인분 추가 메뉴라고 한다. 비담의 메뉴들은 깊이 있게 깔끔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그래서 단맛보다는 알싸하게 감도는 매콤한 감칠맛이 여느 집과 차별화된 맛이다.
그리고, 계절마다 바뀌는 시래깃국, 콩나물국, 미역국 등 국 종류와 누구나 좋아하는 계란찜이 인기다. 대부분의 메뉴는 푸짐한 양에 넉넉한 인심도 더해졌다.
이곳 사장님은 십여 년 동안 여러 번의 장사와 사업 후 몇 번의 실패를 겪었다고 한다.
여건이야 어떻든 내가 잘못해서 그랬지, 내가 좀 더 열정적으로 다가갔다면 잘 됐을 거라며 지난날을 말해준다. 하지만 비담의 문을 처음 열었을 때도 만만하지는 않았다. 2019년 11월에 시작한 장사.
몇 달 되지 않아 코로나19의 여파가 닥쳐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함께하고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자주 찾아와 도움과 용기를 준 덕에 넉넉지는 않지만, 가게를 꾸려나갈 수 있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 장기동 비담: 달서구 장기로 289 ☎053-567-4822
김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