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우
본리동 허병원 삼거리 도로가 한쪽에 소가 웃고 있는 간판이 보인다. 오늘도 한우. 갈빗살 9,900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곳이다.
들어서니 소고깃집 특유의 기름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메뉴판에는 결정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쉽게 선택 할 수 있도록 단순하다.
메인 메뉴인 갈빗살을 3인분 주문을 한 후에 사장님께 여쭤본다. “사장님, 1등급 한우인데 어떻게 가격이 이럴 수가 있죠?” 아주 태연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정확히는 1등급 이상 한우를 사용하고, 꼭 필요한 기본 상차림만으로 재료비를 줄였기 때문에 가능해요” 똑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열 번 이상은 들어서 로봇처럼 자동으로 설명 나온다고 하신다.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겉절이, 소금, 쌈 채소, 쌈장, 그리고 갈빗살 상차림은 이걸로 전부였다. 손님이 적은 오후에 방문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잘 익은 갈빗살 한 점과 그 위에 생고추냉이를 조금 올려주시더니 “첫 점은 이렇게 드셔보시면 한우의 풍미를 더욱 느낄 수 있어요” 처음 오시는 손님들에게 항상 권해드린다고. 보통 소금에 찍어 먹던 버릇이 있었는데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코다리찜 가게를 운영하시다가 지인들과 가격이 저렴한 소고깃집에서 회식을 한 후 그때의 맛과 가격, 고기 품질의 매력에 끌려 “나도 우수한 품질의 소고기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겠구나!”라는 결심을 하셨다고.
1년간의 준비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은 3개의 체인점까지 점포를 늘리셨다고 하신다. 오픈하고 지인들과 몇몇 단골들이 혼자만 운영하기에 아깝다며 본인들이 직접 체인점 주가 되고 싶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그분들 믿고 더욱 책임감 느끼고 좋은 재료에 대한 변치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1등급 이상 아닌 고기는 사용하지 않으신다. 직접 고기 손질을 하시며 부위마다 맛과 식감이 다르다고 알려주신다.
한쪽 벽면에 ‘1등급 한우’라고 적혀있는 영수증들이 빽빽하다. “저 영수증 들이 저의 자부심이고 자존심이에요” 한눈에 봐도 수백 장은 되어 보인다. 직원분들의 유니폼에 ‘한우 더 비쌀 필요가 없다’ 등에 씌어 있는 저 말이 사장님의 모든 말을 대신하는 것 같다.
맛을 속이는 순간 손님들이 먼저 알고 찾지 않는다는 것과 원재료 값이 오르더라도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가맹점주분들과 상생하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고 배도 채웠지만, 마음도 든든해져서 걸어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 오늘도 한우: 대구시 달서구 와룡로7 / ☎ 053-526-9696
여환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