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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 사랑방으로 오세요'
  • 푸른신문
  • 등록 2021-12-02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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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풍 도깨비시장 [다육이랑 뜨개랑]


아~ 뜨개 할머니, 재미있는 할머니가 있는 곳

시장 안을 구경하다 보면 다양한 색상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이 느껴지는 소품들과 옷이 진열된 공방이 있다.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취미활동, 바로 손뜨개 공방을 소개한다.
공방 안 책상 위에 코로나 예방을 위한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손으로는 뜨개를 하며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사장님이 계신다.
도깨비시장으로 온 지 2년 되셨다는 사장님은 다육이를 7, 8년 전 대구에서 배우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서울까지 오가며 자격증을 취득했고, 다육 공예와 뜨개방을 같이 시작했으나 시장 안에서는 다육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어려워 뜨개방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어릴 때 요즘처럼 공방에서 배운 건 아니고 어깨너머로 시작하다가 중학교 가사 시간에 손뜨개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때는 부모님이 입으시던 거 풀어서 우리가 입고 그걸 또 풀어서 동생들을 짜주면서 대물림하며 어깨너머로 배우던 시절이었다. 젊어서는 부모님 조끼, 스웨터를 짜 드리고 결혼해서는 신랑과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주며, 10살 때부터 취미로 시작한 뜨개 생활이 5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직업이 되었다고 한다. “그 시간만큼이나 뜨개 실력은 우수의 지경에 이르렀죠, 도안 없이도 척 보면 짤 수 있는 실력이라 할 수 있죠.”라고 웃으시며 분위기를 띄우신다.
뜨개 공방을 한 이유도 달성군에서 몸으로 할 수 있는 봉사를 많이 다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드니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이젠 나의 재능봉사를 하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돈벌이도 중요하지만 나이 들어서 머리 희끗희끗할 때 ‘도깨비시장 가니깐 머리 허연 할매가 뜨개 가르쳐 주더라’ 이런 말을 듣고 싶다고 한다.
옛 추억을 회상하시듯 사장님은 원래 현풍이 친정엄마 안태고향(安胎故鄕)으로 방앗간 집 딸이셨다고 한다. 친정엄마가 10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내가 이곳으로 올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곳은 내 놀이터 겸, 나의 재능을 오는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그렇게 함께 살아가고 싶을 뿐, 돈 벌려고 하는 거라면 벌써 문 닫아야 했다. 실하나 팔아서 얼마나 남겠는가… 그나마 여기가 임대료도 저렴하고 군에서도 지원해 주니 버텨나가는 것이라 한다.
원래는 수강생들이 4, 50명 있었는데 코로나로 나오지 못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요즘 유튜브를 통해 실도 팔고 디자인도 팔기에 이런 뜨개방에 오기보다 유튜브를 선호하게 되어 아쉽지만 손뜨개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기초를 우선 배우고 유튜브를 시작하기를 권유한다. 여기서 기초를 배우고 유튜브를 보고 뜨게 될 정도가 되면 학생들에게 하산해도 된다고 웃으면서 보내신다고 한다.
옛날에는 옷 위주였지만 지금은 공방 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아이템 어몽어스 인형은 물론 생활소품, 애착 인형, 쿠션, 가방 등 만들 수 있는 범위가 너무 다양해졌다고 한다. 모든 작품이 머릿속에 있지만, 뜨개 공방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도안 노트를 직접 그리고 만들어서 단계별로 가르쳐주고 계신다.
보통 바늘을 전혀 안 만져본 사람도 일주일이면 기본기는 할 수 있다. 일주일이 지나고 행주, 바스 타월, 커피 받침대 등과 같이 가벼운 소품들을 할 수 있다. 뜨개방에 와서 배우는 분들에게는 성취감이 있어야 하므로 요즘 많이 하는 마스크 스트랩을 떠서 바로 가져갈 수 있도록 알려드린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엄마 손 잡고 배우러 온다고 한다. 뜨개를 통해 아이들 소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 봄으로 인내심과 성취감을 키워줄 수 있고 엄마와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추천하셨다.
이렇듯 뜨개 공방에서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없고 옛날 같으면 사랑방과 같은 곳이다. 뜨개질하면서 서방 흉도 보고 자식 흉도 보고 삶의 애환과 정을 나누는 곳, 오래도록 전통을 가지고 도깨비시장하면 ‘아! 뜨개 할머니~ 재미있는 할머니가 있는 곳’이란 말을 들으며 노후를 여기서 보내고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아늑한 사랑방 같은 곳으로 만드는 게 사장님의 목표라 하신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처럼 환갑을 넘긴 나이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젊으시고 밝은 미소를 가지신 사장님의 인생 목표를 응원하며 다양한 작품,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손뜨개의 취미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 대구 달성군 현풍읍 현풍로6길 5 현풍도깨비시장
[다육이랑 뜨개랑] 305호 / 010-2803-6323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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