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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초연금, 어르신의 품격을 높이다
  • 푸른신문
  • 등록 2021-07-01 16: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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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시작하고 5, 6년쯤 지나서인 것 같다. 당시 필자는 결혼 후 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작은 아파트로 분가하였다. 그 아파트는 상당히 대규모로 단지 내에 영세민 임대아파트도 있었다.
매일 저녁, 동네 마트에 장을 보거나 산책을 할 때면 7, 80대의 할머니들이 횡단보도 근처에서 감자, 나물 등 야채류나 생선을 팔고 계셨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용돈벌이나 하시겠지 했는데, 한겨울 꽁꽁 어는 날에도 하루 종일 길가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많이 안타까워서 필요 이상으로 나물을 산 기억이 있다. 또, 당시에는 보기에도 힘겨울 정도로 많은 양의 폐지를 리어카에 싣고 가시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필자의 직장이 국민연금공단이라, 연금제도가 좀 더 일찍 시행되어 저 분들이 한 달에 20만 원(90년대 초반 가치로)만 받아도 저렇게 춥게, 힘들게 일하지 않으셔도 될텐데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로부터 20년 후,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되었다. 2014년 7월 시작된 기초연금은 올해로 7년을 맞았다. 화폐가치는 차치하고, 우연의 일치인지 필자가 생각했던 월 20만 원으로 시작해서 지난 해에는 최대 월 30만 원까지 인상되었다. 자식들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생활비를 국가에서 꼬박꼬박 지급해 주니 어르신들에게 이보다 더 든든한 것은 없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변변한 일자리나 소득이 없는 어르신들께는 꿈같은 돈일 수 있다. 올해부터는 전체 수급자에게 최고 30만 원으로 인상되어 어르신들이 기초연금으로 최소한의 품격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마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기초연금 수급자 실태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기초연금이 제도의 목적을 잘 달성하고 있는지, 어르신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효과는 어떠한지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수급자들에게 향후 삶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가 뭐냐고 물어보니 대부분이 돈과 건강에 대한 불안이었다. 기초연금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91.0%로 상당수의 수급자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받는 금액도 10명 중 8명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기초연금을 받아 사용하는 곳은 식비가 78.9%로 가장 많았다. 기초연금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요긴하게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스비나 수도세, 병원비, 교통비 등으로도 사용하고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기초연금이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은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어서 매년 분주한 달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부모님 찾아 뵙는 것도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부모님께서 먼저, 찾아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친 가정도 많았을 것이다. 우리의 부모님은 언제나 자식걱정이 먼저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어르신들의 힘들었던 지난 시절에 대해 조금이라도 보답이 되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물러나 자녀들이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게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장 곽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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