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동 의성자원
의성자원은 용산동에 위치한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사랑방 같은 고물상이다.
약 40명의 어르신이 매일 또는 이삼일에 한 번씩 들러, 파지도 팔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다 가는 곳이다.
죽전동과 용산동 지역에 푸른신문을 홍보하던 중 만난 곳. 의성자원!
신문에 실린 가게 홍보 기사를 보고는 ‘고물상은 안되능교?’라고 선뜻 물으시기에 당연히 된다고 하니, 오늘은 바쁘니 낼 만나자며 준비할 거 있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없으니 1시간만 이야기 나눠달라며 약속을 잡은 후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다음날 의성자원을 찾아가니 맨손으로 거친 고물들을 다루고 계신다. “장갑 끼고 하시는 게 낫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에 “장갑 끼면 일하는데 더 걸리적거려요~”라며 항상 맨손으로 작업하신다고 한다. 손목과 팔꿈치에 압박 아대를 감고, 언뜻 본 손가락 마디마다 궂은살과 거친 손바닥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가늠하기에도 어렵다.
이야기하면서 고물을 분리하고 정리하고 있으니, 어르신들이 시나브로 찾아오신다.
구루마에 가득 싣고 오는 물건들은 주로 파지랑 페트병. 그리고 간혹 고철과 옷가지들이다.
한가득 싣고 온 짐은 대형 저울에 올려지면서 그날그날의 시세에 따라 정확한 가격이 매겨지는데, 10원 단위는 무조건 올림 계산해서 100원으로 쳐준다.
한 짐 가득 무게를 재고 6,000원을 드린 후 할머니에게 건네는 박카스 한 병. 간혹 박카스를 좋아하시지 않는 할머니에겐 야쿠르트를 꼭 건넨다고 한다. ‘사장님! 6,000원 받아서 음료 드리면 남는 거 있어요?’라고 물으니, ‘남는거 있어도 드리고, 없어도 드려야 됩니다’라며 더 이상의 말은 아끼신다.
한참 뒤에야 하시는 말씀이 그래도 감삼동, 죽전동 일대가 주택가가 많아, 할머니들 덕택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그분들한테 잘해야 같이 먹고 살 수 있다고 하신다. 그나마 올해는 파지값이 올라서 다행이지만, 지난해는 kg당 30원까지 내려갔을 때는 계산해 드리는 손이 부끄러워 500원, 1,000원씩 더 얹어서 드리기도 했다고.
마치는 시간인 6시가 다 돼서야 한번씩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는 배도 출출한 시간이다 보니 돼지 수육에 소주 한 잔씩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다 늦게 마치는 날도 많다고 한다.
고물상이란 직업이 보통 사람들은 잘 하지 않는 직업인데 어떤 계기로 시작한 지 궁금하다.
첨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에어컨, 컴퓨터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했었는데, 많이 벌기도 했지만 하시는 사업마다 끝이 좋지 않아 계속해서 사업을 바꾸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사정이 나빠져 성서에 집까지 팔며, 멀리 경산에 전세를 얻어 놓고 시작한 이곳 용산동 고물상을 아는 지인의 도움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인근에 다시 집을 얻어 살고 있지만, 경산에 집이 있을 때는 새벽 6시 반에 가게 문을 열고, 저녁 7시에 문을 닫다 보니 멀리 경산이 집은 오로지 잠만 해결하는 곳으로 5년을 보냈다고 한다.
순탄치만은 않았던 지난 과거지만, 몇 번의 고생을 겪고 난 지금 현재에 충실한게 최선이라는 생각에 매일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간다고 한다.
☞ 의성자원: 달서구 용산동 903-15
김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