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을 대상으로 미래의 직업을 묻는 설문에 제과·제빵사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높은 순위에 있다. 간판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직업군 중 하나이지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고단한 작업과 신제품 개발과 재고 관리 그리고 프렌차이즈 빵집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감삼동 끝자락에 위치한 아파트 상가 건물에 덩그러니 빵집 하나가 있다. 누가 찾아올까 싶은 외진 이곳에서 26년간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한식 베이커리’다.
여기 식빵이 맛있다고 우리 직원들이 많이 찾는다며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을 유지하셨냐고 물으니 “내 가게라서 가능하지, 월세 내면서는 못 버텨요”라고 입을 여신다.
보통 새벽 4시반, 아무리 늦어도 아침 6시에 가게 문을 열어 밤 11시까지 영업을 하신단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가게 문 닫는 날은 없다는 말에 어쩌면 26년을 유지한 저력은 저 근면과 성실함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세상 살기 좋아진 요즘 주 5일제를 외치며 오로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워라벨이라는 이름으로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하는 26년의 긴 세월의 숭고함을 느끼는 대목이다.
세월의 변화로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과 상품 홍보 등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고 프렌차이즈 빵집도 배달하는 추세라 고려를 해본 적은 있으나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게 많아 그 꿈은 아예 접으셨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이 아닌 품목이라 이것도 경기를 많이 탄다고 한다. 특히나 입맛이 없는 무더운 여름철과 가계 지출이 많은 2월의 경우 기호식품인 빵의 소비량이 많이 준다고 한다. 반대로 월급날이나 날씨 좋은 일요일 같은 경우에는 빵 소비량이 자연스레 증가한다고 하니 이러한 오랜 시간 누적된 경험으로 터득한 영업 데이터가 재고량을 조절하는 최고의 노하우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올 때 마다 ‘김한식 베이커리’에 김한식이 없다고 장난스레 말을 건네니 아침 일찍 일어나 빵을 굽고는 시골의 텃밭으로 농사 지으러 가신다니 이렇게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사시는 모습이 너무도 부러웠다.
오늘은 학원에서 단체 급식용 빵 주문이 들어온 모양이다. 연신 빵을 굽느라 바쁘신 사장님께 오래 오래 계속해 나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기고 문을 나섰다. 좀전 자식들이 빵집을 한다고 하면 어쩌실거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단호히 대답하시던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오늘은 퇴근길에 길모퉁이 동네 빵집에 들러 구수한 빵 냄새 가득 안고 집으로 가는 그림을 상상해본다.
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