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톨트 브레히트 대표작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한국의 시대적 상황으로 각색해 공감 이끌어
대구시립극단(예술감독 정철원)은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연극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원제_Mutter Courage und ihre Kinder)’을 4월 23(금)~24일(토) 양일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공연한다.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독일의 극작가이자 서사극의 창시자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표작이다. 서사극의 정수로 불리며 그의 작품 중 가장 많이 공연된 희곡이다. 1941년 초연 당시 억척어멈의 기구한 인생에 많은 관객들이 연민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자신의 의도와 다른 연출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1949년 직접 연출 했다. 그는 관객들이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기보단 전쟁으로 먹고 사는 억척어멈에 분노하며 전쟁 그 자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길 바랐다.
이 작품은 전쟁으로 인해 자식들을 모두 잃게 되지만 여전히 전쟁의 참혹함을 깨닫지 못하고 물건들을 팔기 위해 전쟁이 계속되길 바라는 억척어멈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을 꼬집고 개인의 비극보다 더 잔인한 전쟁의 참상을 풍자한다.
고전명작은 동시대성을 가지며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고전명작일지라도 나라별 역사, 문화, 국민 정서의 차이는 존재하기에 배우들이 내뱉는 대사가 관객들에게 다소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큰 틀에서 원작의 흐름은 유지하되 시대적 배경을 유럽의 30년 종교전쟁 대신 한국의 상황에 맞춰 1937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상황으로 바꾸었다. 항일 조선독립군이 활동한 만주지역을 중심으로 중·일 전쟁까지 다양한 사건을 녹였다. 또한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사건을 확장, 전개해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배우들은 윤상순(국악예술단 한사위 대표) 명인으로부터 전통 구음(口音)과 한국적인 몸짓도 배웠다. 각색뿐 아니라 연출법도 한국의 정서를 담아 표현했다. 우리 역사의 한 줄기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와 우리의 한(恨)과 흥(興)을 담은 가락으로 한국적 풍자의 묘미도 전한다.
연출을 맡은 정철원 예술감독은 “억척어멈은 전쟁 중에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상징한다. 세 명의 자식들은 용기, 정직, 희생을 보여주지만 전쟁 중 이들의 가치는 극 속의 죽음처럼 모두 사라진다. 억척어멈은 끝까지 살아남으려 인간의 탐욕을 놓지 못한다. 억척어멈은 우리가 미덕으로 여기는 보편적 가치보다는 자본이 살아가는 근본적 지혜라는 아이러니를 강요한다. 지금도 우리는 전쟁 아닌 전쟁 속에 살아가지 않는가. 현재의 억척어멈은 지금도 수레를 끌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자료제공:대구시립극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