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삼일병원 사거리 맞은편을 바라보면 ‘박가네’라는 간판과 ‘박 미용실’이라는 간판이 나란히 따악! 붙어 있습니다. 성씨 같은 다른 사장님일까? 투잡 하는 사장님의 두 가게일까? 누구나 보게 되면 상상해 볼 만한 간판입니다. 역시나 제 생각대로 한 분이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 가게였습니다.
한 사람이 두 가게? 호기심 가득 안고 궁금증을 해결하러 갑니다.
미용실에는 두 세분 정도의 손님이 머리 손질을 하고 계신지라 머쓱해져 그 옆 분식점으로 우선 자리를 옮겨 앉았습니다. 직원에게 주문한 국물 떡볶이와 꼬마 김밥이 나올 때쯤 35년 미용 경력을 자랑하는 박미용실 주인이 분식집으로 넘어 오십니다. 이 분식집 자리에서 20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했는데, 6개월 전쯤에 지금 자리에 분식점을 오픈하고 미용실을 옆 가게로 옮겼다고 합니다.
떡볶이를 먹으며 도저히 연결성을 찾을 수 없는 가게를 동시에 운영하게 된 사연을 듣습니다.
옛날에 어머니께서 대구 국제롤러스케이트장 앞에서 떡볶이장사를 하셨는데 그 기억이 남아 있어 꼭 해보고 싶었고 지금 안하면 못할 것 같아 10년 전부터 준비해 시작을 했답니다. 미용이 생업으로 시작한 것이라면, 분식점은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꼭 해보고 싶은 꿈이었답니다.
국물떡볶이는 어렸을 때 엄마가 불판에 양념하고 고춧가루를 섞을 때 식용유를 한 숟갈 넣는 거를 어깨 너머로 본 걸 기억해 그렇게 따라했다고 합니다. 참 신기하게도 추억이 소환되는 맛입니다. 어릴 적 롤러스케이트를 신나게 타러 다녔던 기억이 떡볶이 국물과 함께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오랜만에 심하게 맵기만 한 떡볶이가 아니라 학교 앞에서 맛보던 그런 맛입니다.
꼬마김밥은 평범하지만 어묵과 계란이 밥의 양념과 잘 어우러져 집에서 만든 맛이 납니다. 특별한 비법은 없고 떡볶이와 함께 먹을 김밥을 만들며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처럼 만들었답니다. 그냥 일반 꼬마김밥은 너무 얇고, 너무 굵으면 요즘 추세에 안 맞아 조금 뚱뚱하게 말아 이름이 ‘뚱뚱이 꼬마김밥’입니다. 김밥 재료가 다 들어가 있는데도 가격도 착한 천원입니다.
메뉴에 있는 쫄면도 아주 맛이 있다고 먹어보라고 권하면서 양념에 공을 엄청 들였다고 알려 주십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분식점의 모든 메뉴는 손수 10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물론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두 가게를 오가며 하루 일을 마치고 식당 바닥 청소를 할 때면 무언지 모를 뿌듯함이 가슴 속에 가득하다고 합니다.
“그게 말로는 잘 표현이 안 되는데……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고 하는 보람이랄까?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으니. 요즘처럼 미용실을 하며 어렵기만 했다면 뭔가가 지루했을 것 같아요. 한 가지 일만 한다는 게 좀 지루하잖아요?”
보통 어릴 적 엄마가 분식집을 하면 부끄러워 피해 다니고 싫어했을 것 같은데 꿈으로 간직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
하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다양한 꿈을 이루어가는 열정과 도전이 아름다운 모습! 작은 행복이란 이런 것도 포함되나요? 송현동 모퉁이에서 만난 열정 가게 앞에서 저 역시 입사 후 25년이란 세월을 한길로만 걸어왔기에 이제는 빈티지, 올드 스쿨이 되어버린 나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에게도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아직 남아 있을까?’
‘열정과 새로운 도전!’이라는 마음가짐을 알려준 사장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무튼! 늦은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에 응원을 보냅니다.
국물떡볶이와 뚱뚱이 꼬마김밥에서 추억을 맛보길 원하신다면 지금 박가네 분식을 찾아보세요.
최준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