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시장의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들어가다 보면 맛있는 고등어 익어가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고등어를 뒤집고 계신 사장님은 먼발치에서 우리를 알아보시고는 빈자리가 언제쯤 생기나 식당 안을 쓰윽 하고 훑어보신다.
“그래 아지야들 여기 앉으면 되겠네. 밥 다 무 간다!”
“아이고 사장님도 참~~ 이제 밥숟갈 떴구만, 먹다 언치겠어예.”
식당 안 조리대와 테이블에는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베여 있다. 협소하다 못해 비좁기까지 한 테이블은 삐뚤빼뚤 모두 제각각이다. 6개나 되는 테이블이지만 실내가 좁아 벽과 구석에 밀착되어 있어 성인 4명이 편히 앉을 수 있는 자리는 기껏해야 두어 개에 지나지 않기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메뉴는 정식비빔밥 하나 뿐.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몇 개 주이소” 하면 주문 끝이다.
더 이상 반찬 놓을 곳이 없다고 생각될 만큼 다양한 반찬이 자리하고 마지막 주인공인 고등어구이가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고 나면 한상 차림이 완성된다. 시골 어무이 밥상이 느껴지는 갖은 나물 반찬, 각종 김치류, 된장 고추장에 무친 각종 반찬을 입맛에 맞게 커다란 대접에 얹고 된장찌개까지 더하여 밥을 비비고, 여기에 노릇하게 잘 익은 고등어를 얹어 먹어도 되고, 알배추나 상추쌈에 고등어구이를 더하여 담백하게 먹어도 맛있다.
밥과 밑반찬은 무한리필이요, 말만 잘하면 고등어도 푸짐하게 내어 주시는 사장님의 인심에서 왜 ‘풍년식당’ 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푸짐한 한 상 식사를 마치고 사장님께 6천원을 내밀기가 미안해지기까지 할 만큼이다.
34년을 오롯이 하나의 메뉴로 서남시장을 지켜온 풍년식당, 변함이 없다는 것은 정겹다는 것이고 그리움이 아닐까 싶다.
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