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자식 문제이다. 그럼에도 꽤 많은 경우에 지나친 자식 사랑이 오히려 자식에게 독이 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비단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선진국의 부모들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프랑스와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00년 프랑수아 미테랑 전(前) 프랑스 대통령의 맏아들 장크리스토프가 검찰에 구속됐다. 앙골라에 몰래 무기를 판매한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였다. 장크리스토프는 아버지 밑에서 아프리카 담당 보좌관을 지냈다. 그는 아버지 힘을 등에 업고 아프리카 외교를 좌지우지했다. 그때 그에게 붙은 별명이 ‘파파마디(Papa m’a ditㆍ아빠가 그러셨어)’였다. 걸핏하면 아버지 이름을 판다는 조롱이었다. 미테랑의 아내는 보석금 9억 원을 마련하고 아들이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이건 보석금이 아니라 인질 석방금”이라며 검찰수사를 비난했다. 지나친 모성애(母性愛)에 눈이 가려 자식의 허물을 보지 못했다. 법원은 장크리스토프에게 집행유예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일본인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 일본에서도 최고로 친절한 택시가 재일 교포 유봉식씨의 MK택시다. 기사들을 철저하게 교육해 친절이 몸에 배게 했고 택시비도 싸게 매겼다. 1995년엔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세계 제일 서비스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런 유씨가 2005년 MK택시 경영에서 손을 뗀 것도 자식 탓이었다. 도쿄MK 사장인 차남이 술에 취해 기사를 때렸다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유씨는 지난 10여 년 긴키 산업협동조합 회장으로 일해 왔다. 일본 신용조합 업계에서 가장 큰 곳이다. 유씨가 긴키조합 이사회와 총회에서 회장직을 박탈당하고 비상근이사로 강등돼 사실상 쫓겨났다. 동생을 부회장, 셋째 아들을 부이사장으로 들여 조합을 이끌더니 셋째 아들에게까지 회장직을 물려주려다 자초한 일이다. 여든다섯 살 유봉식씨의 ‘신화’가 지나친 자식 사랑에 빛이 바래고 말았다.
발자크는 장편 ‘고리오 영감’에서 평생 두 딸을 위해 재산을 쏟아부은 노인을 그렸다. 두 딸은 가난뱅이가 된 아버지를 외면한다. 그제야 노인은 “부모는 자식에게 생명을 주지만 자식은 부모에게 죽음을 준다”며 자책한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자식 사랑은 오히려 자식에게 해가 될 뿐 아니라 부모의 인생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