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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단상_木曜斷想] 미나리
  • 푸른신문
  • 등록 2021-02-19 09: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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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는 해독작용이 뛰어나고 어떤 음식하고도 잘 어울리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모양이 화려하거나 맛이 뛰어난 음식은 아니지만 건강을 지켜주는 친숙한 식품임에는 틀림없다.
미나리라는 제목의 독립영화가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으며 은근히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 연일 외신에 보도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수상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행복을 찾아 미국생활을 결심한 이민가족의 이야기가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미나리라는 제목이 상징하듯 미국 이민가족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가 주목받는 또 다른 요인은 조연으로 등장하는 윤여정이라는 노배우의 존재감이다. 그녀는 평소 “조연이든 단역이든 영화가 원하는 배역은 가리지 않고 출연한다.”고 했다. 미나리는 각종 영화관련 시상에서 61관왕을 달성했는데 그중 21개가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등장하는 윤여정 배우가 받은 것이라고 한다.
미나리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주연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주연보다 더 각광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조연도 언제든지 주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이미 우리 사회의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최근에 방송된 많은 경연프로그램에서 스타들에 가려져 있던 숨은 실력자들이 무명의 딱지를 떼고 당당하게 무대 전면에 주연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끼를 선보였으며, 어떤 기성 가수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보이며 큰 박수를 받았다. 또, 이렇게 주목받는 조연이 있는가 하면 빛은 나지 않지만 당당하게 무대를 이끌어가는 조연도 무수히 많다. 이런 조연이 있어 영화나 공연의 맛이 더해지고 세상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연이 대우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있다. 이제 주연만 주목받는 시대가 아니다. 조연이나 무명도 얼마든지 주목받을 수 있고 중심으로 우뚝 서는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스포츠계의 폭력, 특히 학교폭력 문제가 계속 불거져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엘리트 체육이 불러온 예고된 참사다. 1등만 기억하는 사회, 주연만 대우받는 사회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2등이 있기 때문에 1등의 존재가 빛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의 1등이 항상 1등일 수도 없다. 그 순위는 노력 여하에 따라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조연도 주연이 될 수 있는 시대, 조연이 주연보다 더 빛날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려 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조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변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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