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를 평생 잊지 못하는 사랑에 빠지게 하고 인류역사상 길이 남을 문학작품을 만들게 한 애틋한 만남이 있다. 바로 단테(Alighieri Dante, 1265∼1321)와 베아트리체의 만남이다.
시인이자 정치가 였던 단테. 세기적 대작 ‘신곡’을 쓴 것도 한 여인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단테는 1265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났다. 그가 9살 때 아버지와 함께 이웃 가문의 파티에 갔다가 피렌체 최고 가문의 딸인 여덟살 소녀 베아트리체를 보고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베아트리체가 죽은지 3년 뒤 그때의 느낌을 1293년에 쓴 ‘새로운 인생’에 적었다.
“그녀를 본 순간 심장의 은밀한 방안에서 기거하고 있던 생명의 기운이 너무나 심하게 요동치는 바람에 가장 미세한 혈관마저 더불어 떨리기 시작했다.”
베아트리체와 두 번째 만남은 그로부터 9년이 지난 18세때 길을 가다 스치듯 인사를 하고 지나간 것 뿐이었다. 그것이 그녀와의 만남 전부였다. 단테는 피렌체의 관례대로 20세의 이른 나이에 젬마라는 여자와 결혼한다. 베아트리체도 21세때 또 다른 최고의 가문의 시모네 데 바르디란 남자와 결혼하지만 24세에 요절한다. 이후 단테는 시인으로 활동하다 정치가로 등극하는데 정쟁에 휘말려 37세가 되던 해 피렌체로부터 영구 추방당하게 된다. 피렌체로부터 추방당한 후 이 도시 저 마을을 방황하면서 베아트리체를 기리기 위한 글을 쓰기위해 여러 가지를 구상한다. 그리고 1308년 43세때부터 사망하기 직전 1321년까지 13년간에 걸쳐 세기의 대작 ‘신곡’을 완성한다. 그는 자신이 1293년에 쓴 ‘새로운 인생’ 마지막장에 “베아트리체에 관해서 아직까지 어떤 여자에 대해서도 쓰여진 적이 없는 작품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더 이상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쓰지 않겠다”라고 맹세한 약속을 지킨다.
‘신곡’은 지옥, 연옥, 천국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편당 33장, 각연당 3행, 총 1만 4,223행으로 된 장대한 대서사시다. 자신을 한 시인으로 묘사하여 7일 동안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이야기 하는 형식으로 만들어 졌는데 베아트리체는 천국편에서 그를 이끌어 주는 안내자로 등장한다.
단테는 이 ‘신곡’으로 인해 세익스피어, 괴테, 호메로스와 함께 세계 4대 시성으로 불린다. 괴테는 ‘신곡’을 “인간의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 “인간의 상상력이 낳은 최고의 창작물”이라고 평하였으며, 유명한 영국의 문예 비평가 토머스 칼라일은 “중세 1000년을 종합한 침묵의 소리”라고 극찬하였다. 평범한 시인으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을 단테가 베아트리체와의 인연을 통해 위대한 대 서사시를 세상에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