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주동 떡집의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른다.
대를 이어 30년 넘은 떡집이라는 사실보다 더 놀라운 건 가게 안에 남아있는 장작불 아궁이다. 방앗간의 아침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 증기 스팀으로 열을 내면서 시작된다. 정겨운 장작들이 가지런히 정리되는 가게 외관부터 이미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장작들은 오래전부터 벌목하는 현장에서 나무를 실어오기도 하고 경산의 목공소에서 대형차로 운반해 와 장작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고 한다.
방앗간 안으로 들어서면 불 피운 시골 마당처럼 나무 타는 정겨운 냄새가 가득하다. 겨울이라 떡을 찌면서 올린 김까지 더해져 아득하기까지 하다. 명절이면 하루 종일 김 풀풀 나는 동네 방앗간 앞에 긴 줄을 섰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아직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보름 전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고 하니 옛날 방식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전기도 있고 가스도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굳이 장작불이라? 쉬운 방법을 택해도 되지만 수고스럽게 장작불을 지펴서 떡을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전기나 기름을 써서 만든 떡보다 장작불로 만든 떡의 부드러움, 질감, 향기 등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먼 길을 마다않고 장작불로 만든 떡 맛을 잊지않고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이라도 계속해서 이 방식을 고수할 것이라 한다. 그것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겠다며 웃음 지으신다.
세월이 흐르고 편리함의 변화를 따라 가도 될 일이지만, 몸이 고단하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 떡에 대한 강직한 믿음을 잃지 않겠노라는 자신과의 굳은 약속이 오늘을 있게 만든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방앗간의 하루를 달구고 주인과 함께 열심히 일한 아궁이는 늘 그러하듯 어둠이 내리고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불이 꺼진다.
승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