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간혹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 만약 내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학업 중단은 학업에서 손을 떼는 것 자체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범죄나 비행 등 각종 문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비용으로 따지기는 그렇지만 학업중단 학생 1인당 약 1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보고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여러 폐해가 있는 학업중단을 성급하게 하는 것을 막고 사회적으로도 인적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제도가 바로 ‘학업중단 숙려제’이다.
학업중단 숙려제는 학업 중단 의사를 밝힌 학생 및 학부모에게 2주 이상의 기간을 주어 숙려 기회를 부여하고 그 기간 동안 상담이나 진로체험 등의 기회를 부여해 신중한 판단을 돕기 위해 도입되었다.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이혼 숙려제와 같은 맥락의 제도이다.
학업중단 위기 학생은 한두 가지 고민이 아니라 심리, 학업, 가족관계 등 다수의 고민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담임교사 및 교육청 관련 부서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이다. 이를 위해 우선 학업중단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원인에 따른 다양한 숙려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예를 들어 심리적인 불안이 원인이라면 Wee센터와 같은 전문상담기관이나 병원 등과 연계한 심리 상담 치료에 들어가고 가정의 경제적 결핍이 원인이라면 교육복지 우선지원 사업 등을 통해 복지 지원을 하는 식이다. 가장 많은 원인이 되는 학업·진로의 문제라면 기초학력 증진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거나 진로상담 및 체험을 지원할 수 있다.
숙려제 프로그램의 특징은 획일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학생이 로봇이나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교사가 로봇체험관이나 미술관 등에 데리고 가 관련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돕고 학교 부적응의 문제를 겪는 학생에게는 대안교실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등이다.
물론 학업중단 숙려제가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적용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공부의 이유를 모른다거나 학교가 재미없다고 말하는 학생,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기초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 등은 학업중단 위기학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징후가 보인다면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보자. 인간은 누구나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이원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