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자신만이 가진 남다른 재능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단적인 예로 동네 이발소가 부족하거나 거동이 불편하여 이발소에 가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방문 이발소나, 심심하고 차가운 느낌의 골목길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벽화 봉사 등이 있다. 대구 달서구 소재의 한 초등학교를 다니는 6학년 김새미 양도 자신이 가진 재능을 이용해 봉사를 하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다.
어머니 김미혜 씨는 새미가 미술 학원을 다닌 적도 없고 그렇다고 엄마 아빠가 미술에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새미가 그림을 잘 그리고 즐겨 한다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새미는 주위 사람들의 초상화를 무료로 그려주는 봉사를 하는데, 6학년 밖에 안 되었지만 벌써 봉사 경력이 3년이다.
“친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어버이날 선물로 얼굴을 그려드렸는데 방에 걸어 두실만큼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게 계기가 돼서 지금까지도 어버이날 선물로 초상화를 꼭 그려드려요”
주위의 이웃 어르신들이나 심지어 지인의 지인들까지 거절하지 않고 초상화를 그려 드리지만 새미에게는 나름의 법칙이 있다. 우선, 나이가 60세 이상인 어르신만 그린다는 점이다. “가끔 친구들이 원해서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캐릭터를 그려도 주지만 봉사대상은 주로 어른들이에요. 사실 아이들은 사진을 많이 찍는데 어른들은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잘 없잖아요” 두 번째 원칙은 반드시 한 사람의 초상화를 완성한 뒤에 다음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정성들인 작품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새미의 담임선생님은 새미의 미술 봉사가 다른 친구들에게도 느끼게 하는 바가 크다고 이야기한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보통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애착이 거의 없는 친구들이 많은데 새미는 초상화를 그리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존경과 관심을 표현하는 게 대견하지요”
실제로 새미가 하는 봉사는 미술적 역량을 발휘하여 미술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봉사로 초등학교 미술 교과의 정규교육과정에도 실려 있다. 새미의 선행은 단순히 봉사의 의미를 넘어 초상화를 드리면서 느끼는 뿌듯함에 본인의 인성까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원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