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외래어 사용이 점점 늘어간다. 순수한 우리 한글로 표현할 수 있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우리말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특히 인터넷 댓글 창을 보면 국적 불명의 언어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역사가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고착화된 일본어 사용자제의 목소리가 높지만 알게 모르게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일본어가 많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쓰는 언어 중에 언뜻 듣기에는 일본어처럼 들리지만 알고 보면 우리말인 ‘와이로’란 말이 있다. 그 유래가 재미있어 소개해볼까 한다.
고려시대 의종 임금이 홀로 암행을 나섰다가 날이 저물어 깊은 산중을 헤매고 있을 때, 외딴 민가를 발견하고 하룻밤 묵기를 청하였다 하지만 집주인이 조금 더 가면 주막이 있다고 거절 하는 바람에 돌아서 나오는데 그 집 대문에 붙어 있는 글귀가 예사롭지 않았다.
‘유아무와 인생지한’ (唯我無蛙 人生之恨)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
도대체 개구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의종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주막에 들러 요기를 하고 주모에게 그 외딴집에 관하여 물어보았다. 얘기인즉 그는 과거에 여러 차례 낙방하고 마을에도 잘 내려오지도 않고 집안에 박혀 책만 읽으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궁금증이 발동한 의종은 발길을 돌려 외딴집 가서 사정사정한 끝에 하룻밤을 묵어갈 수 있었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집주인 선비의 글 읽는 소리에 잠도 안 오고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주인장 뵙기를 청하였다. 그리고 궁금하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옛날에 목소리 예쁜 꾀꼬리와 목소리가 탁한 까마귀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노래 시합을 하자고 제의를 했다. 꾀꼬리는 어이가 없었지만 흔쾌히 승낙하고 3일후에 시합을 하기로 하고 심판은 백로가 맡기로 하였다. 꾀꼬리는 자신만만했지만 그래도 3일 동안 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데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하지 않고 논두렁의 개구리만 잡으러 돌아다니고 있었다. 약속한 3일이 지나 드디어 결전의 날이 돌아왔다. 꾀꼬리는 고운 목소리로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고 까마귀도 나름대로 노래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이없게도 백로가 까마귀의 손을 들어 주었다. 꾀꼬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패배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쯤 흐른 후에 꾀꼬리는 까마귀에게 패한 이유를 알아냈다. 까마귀는 노래 연습 대신 논두렁에서 잡은 개구리를 백로에게 뇌물로 갖다 바쳐 실력은 뒤쳐지지만 꾀꼬리를 이길 수 있었다고 한다. 꾀꼬리는 크게 낙담하고 실의에 빠졌다. 그 후로 개구리 ‘와’, 이로울 ‘이’, 백로 ‘로’자를 써서 와이로란 말이 생겼다고 한다.
의종은 이야기를 듣고 선비에게 며칠 후면 임시 과거가 있어 자신도 개성으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궁으로 돌아가 즉시 임시 과거를 열었다. 과거의 시제가 바로 ‘유아무와 인생지한 ’ 여덟 글자였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헤매이고 있을 때 이 선비는 단박에 답을 적어 내어 장원급제하여 나중에 유명한 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분이 바로 백운거사 이규보이다. 고려중기의 동명왕편을 비롯한 많은 저서를 남긴 문인이다. 이규보 선생이 불의와 불법으로 뇌물을 갖다 바친 자 에게만 과거 급제의 기회를 주어 부정부패로 얼룩진 나라를 비유해서 쓴 말이 바로 오늘날의 ‘와이로’ 가 된 것이다. 일본어 같지만 우리말인 ‘와이로’ 알고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이윤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