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엄마가 갑자기 식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 당시 엄청 아파하시는 엄마를 보고 내 머리는 두 가지 걱정이 동시에 교차되었다. ‘아! 엄마가 빨리 나으셔야하는데…’ 그리고 또 하나, ‘내일 로봇태권브이 2탄 봐야하는데 어떻게 말하지…’ 엄마는 그야말로 강력한 체력으로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 회복속도를 올리셨고, 나는 두 가지 걱정을 모두 끝낼 수 있었다. 특히 다음 날 영화를 볼 수 있게 허락을 받아낸 것과 입장권을 구입할 돈의 확보는 큰 수확이었다. 그 때 내 눈 속의 엄마는 정말 변신로봇이셨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회복하시지’ 나는 그 로봇을 등에 업고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어느 집이나 늘 운명처럼 따라다니는 빚보증으로 실패를 맛보셨을 때는 강력한 멘탈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 곳과 앞으로 하실 일을 해결해 나가셨다. 그야말로 제갈량과 사마의를 능가하는 책략가의 모습과 전장을 휘몰아치는 관운장의 용맹한 모습이 아마 그 당시 엄마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 때는 엄마의 활약상을 깨닫지는 못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나는 엄마 몰래 교내 밴드를 하고(이 당시 밴드는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선 ‘악의 축’이었다) 배구에 미쳐 공부는 완전히 등한시 하고 하지 말라는 일은 다 하고 다녔다. 이 때 엄마는 수도승과 같았다. 늘 성당에서, 집에서 묵주*를 들고 내 기도를 하셨다.
*묵주:천주교에서 기도를 할 때 사용하는 도구. 불교의 염주와 유사한 모양.
덕분에 나는 고3, 2학기부터 그나마 정신줄을 부여잡고 암기과목 위주로 공부를 해서 지역대학 중문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래 그 당시의 엄마는 확실히 수도승의 인내를 가지셨던 것이 틀림없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 내 나이 50이 넘었고 엄마의 호칭이 어머니로 바뀌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끊임없이 변신하시고 헌신하시고 또 참으셨다. 아들들이 금전적으로 그다지 성공하지 못해 잘 해 드리지도 못하고, 당신 역시 풍족하지도 못하지만 아직도 어머니는 뭐든 주려고 하시고 뭐든 우리 입맛을 맞추려고 하시고 어떡하든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하신다. 이제 내 눈 속의 어머니는 거의 성불하신 수준이다. 아니 종교가 천주교이니 거의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 같다. 그야말로 자식들을 위해 매 상황 마다 ‘옵티머스 프라임’* 급의 변신의 연속이다.
*옵티머스 프라임: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정의의 편에 선 변신로봇들의 대장.
어머니! 이제 종교조차 다른 큰 놈이 기도드립니다.
어머니! 그동안 못난 자식 놈 때문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어머니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릴게요. 어머니! 술도 적게 마시고 돈도 많이 벌어서 제가 어머니 걱정을 덜어 드릴게요. 그리니 제발 건강하시고 저희들 걱정 좀 걷어주세요.
어머니! 저는 어머니가 하시고 싶은 것들 모두 가슴에서 삭이고 저희한테 희생하신 것을 너무나도 잘 압니다. 그러니 제발 이젠 좋은 건 못하시더라도 저희 걱정만이라도 제발 하지마세요. 그리고 제발 아프지 마세요! 제가 지금 드리는 기도를 어머니가 들어주셔야 제가 더 열심히 일 할 수 있어요.
어머니! 점 하나 찍고 가는 찰나의 이생에서 어머니를 엄마, 어머니로 부를 수 있어서 저는 감사합니다. 어머니 다음에도 제 어머니가 되어주십시오. 그리고 그 때는 더 나은 아들이 되어 어머니가 걱정 안하시고 편히 사시게 제가 모시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꼭! 꼭! 건강하셔야 합니다.
구남균(달성군 옥포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