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향연 ‘대명유수지’
깊어가는 이 가을, 코로나로 인해 멀리가기 부담스럽다면 우리지역에서 가까운 대명유수지로 가을여행을 떠나보자. 낙동강, 금호강, 진천천이 합류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인 달성습지 중에서도 대명천이 합류하는 부분에 형성된 습지를 대명유수지라고 부른다. 성서공단 서편 대구지역난방공사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네비에 대천동 818을 치거나 달성습지생태학습관을 검색하면 주차하기 편리하다. 여름이면 맹꽁이, 겨울에는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고니 등 수많은 철새들을 볼 수 있는 생태자원의 보고이다. 2009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종인 맹꽁이가 이곳에서 처음 포착된 이후 2011년 수천마리의 새끼 맹꽁이가 대명유수지에서 낙동강 제방을 넘어 달성습지로 이동하는 모습이 발견되면서 보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온갖 쓰레기로 덮혀 있었던 달성습지는 대대적인 정화, 정비작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대명유수지는 여름에는 국내 최대의 맹꽁이 서식지로 유명하지만 가을이 되면 아름다운 억새로 다시 한 번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일몰 전 역광을 받아 촬영을 하면 사진 찍기에 특별한 솜씨가 없어도 하늘거리는 억새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실루엣이 나오는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기자가 간 날도 평일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을 정취를 느끼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아름다운 풍광을 담기 위해 곳곳에 대형 카메라들이 포진해 있었다. 수만 평의 은빛 억새 물결로 넘실거리는 대명유수지의 데크 탐방로를 걷고 있자니 경치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여기서 잠깐, 억새와 갈대의 차이. 흔히 산에서 자라는 건 억새이고 물가에서 자라는 건 갈대라고 알고 있는데 대명유수지처럼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도 있으니 이런 자생지 구분법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색깔이 은색이나 흰색으로 핀 게 억새이고 연보랏빛으로 좀 더 몽실거리듯 탐스럽게 핀 게 갈대인데 대명유수지에 있는 건 대부분 억새이고 곳곳에 갈대도 보였다. 달성습지생태학습관도 함께 둘러보면 습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낙동강 물 위의 데크길을 쭉 걸어가면 사문진 나루터까지 이어진다.
생태환경의 보호를 위해 야간출입을 제한, 금지하고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동절기는 오후 5시까지)
서순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