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이나 베트남을 여행한 경험이 있다면 공심채나 고수와 같은 현지 채소를 먹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은 갈 수 없지만 싱싱한 동남아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하고 싶다면 장날(1, 6)을 맞춰 화원장으로 가보자.
화원장날 할머니들이 손수 텃밭에서 재배한 싱싱한 야채들로 인도 위에 빈틈없이 노점이 펼쳐지는데 그 틈에 좀 낯선 채소를 파는 노점이 있다. 바로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민 여성 배시안(32) 씨의 화원장에서 단 한 곳밖에 없는 동남아 식재료를 파는 곳.
14년 전 베트남에서 고령군 다산면으로 시집온 배시안 씨는 이젠 한국말이 아주 능숙한 한국인이 다 되었다. 딸 둘을 키우면서 평소에는 참외농사와 각종 농사를 짓지만 화원장날이 되면 어김없이 나와서 장사를 하는 것이다.
다산면에서 참외농사를 하는 남편과 결혼한 배시안 씨는 어느 날 고향음식이 너무 그리워 비닐하우스 안에다 직접 고향에서 먹던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과 베트남이 기후가 다르지만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웬만한 동남아 채소들이 잘 자란다고 한다. 재배한 채소를 가족들과 먹고 이웃에 나눠주고도 남았는데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4년 전부터는 화원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단다. 달성군에는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민 여성이 많은데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 본격적인 동남아 채소들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배시안 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처음에 힘든 점도 있었지만 지금은 고정 구매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준비해온 물량은 언제나 매진된다고 한다. 아는 동생이 일손을 거들어주고 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동남아 식재료를 구입하려면 매우 비싸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은데 화원장 노점에서 만나는 각종 동남아 향신료와 채소들은 매우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공심채를 비롯해서 레몬그라스, 베트남 가지, 어크락, 고수 등 십여 가지 싱싱한 야채들이 박스 안에 가지런히 담겨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새벽에 비닐하우스에서 수확해서 곧바로 가져온다고 했다.
싹싹하고 부지런한 배시안 씨는 화원장날이 무척 기다려진다고 한다. 수입도 쏠쏠하지만 고향 친구들과 물건을 사고팔면서 안부를 묻는 소통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취재하면서 구입한 공심채를 집에 가져와 볶아서 먹었더니 어찌나 맛있던지 여행지에서의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라 흐뭇한 미소와 함께 배시안 씨네 단골이 될 것 같은 예감과 든다.
서순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