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 장날(1, 6일)이 되면 조용하던 시장골목은 온갖 노점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들어차고 손수레를 끌고 장을 보러 나온 인근 주민들로 정말 북새통을 이룬다. 그 화원시장에 60년 터줏대감 화원참기름방앗간 곽임용(89) 할아버지는 화원시장의 모든 흥망성쇠의 산증인이다.
6·25 전쟁 후 여러 곳을 다니다 이곳 화원시장에서 방앗간을 하면서 정착을 하셨다고 하는데 89세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하시고 지금도 장날이면 가게 나와 일을 하시는 현역이시다. 화원 토박이신 할머니는 남평문씨 본리세거지가 친정인데 문익점 후손이라면서 가문 자랑도 빼놓지 않으신다.
옛날 장이 한창일 때는 소전(우시장)도 있었고, 돼지전 등 온갖 가축시장이 있고 나무전도 많아 장날이 되면 정말 볼만했다고 한다. 성주, 고령은 말할 것도 없고 가창 정대골에서도 산을 넘어 장을 보러 왔다고 한다.
예전에는 낮은 양철지붕 가게들이 이마를 맞대고 쪼로록 붙어 있었는데 15년 전 아케이드 공사하고 새 단장 해서 지금의 깔끔한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고춧가루 한 근 빻는데 겨우 500원, 참깨 한 되 짜는데 1,500원.
이렇게 받으면 전기세도 안 나오겠다는 기자의 말에 “괜찮아. 그래도 다 먹고 살어. 그렇게 해서 우리 자식들 다 키웠는데 뭘…”라며 손사래를 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가게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묻어난다.
지금은 오남매 자녀 중 가장 싹싹하고 부지런한 막내딸이 가게를 이어받아 열심히 꾸려가고 있고 최근에는 군대 다녀온 외손자가 함께 일을 거든다고 했다. 막내딸이 어찌나 싹싹하고 일을 잘 하는지 단골손님이 아주 많다고 자랑하시는 할머니의 눈길에 딸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이 느껴진다.
참기름만큼이나 고소한 옛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뻥이야 하는 소리와 함께 뻥튀기 소리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진다. 함께 해온 60년, 앞으로도 60년, 100년 오래오래 화원시장의 명물로 장수하길 기대해 본다.
서순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