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방송 문화센터 시 창작교실 대거 입상
2020 상화문학제 백일장 공모전에 푸른방송 문화센터 시 창작교실 회원인 노기정(71. 달서구 대명천로)씨가 대상을 차지했다. 시 제목은 ‘석탑에 들다’
1966년 동화사 경내 비로암 삼층석탑의 사리함 일부를 도둑맞았다. 그러나 없어지지 않은 사릿돌 그릇에 왕위 다툼 과정에서 억울하게 죽은 민애왕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참회의 뜻으로 탑을 세웠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노씨는 여기서 시상(詩想)을 받아 고인이 되신 아버지를 회상하면서 이 시를 썼다고 한다.
노씨는 약 5년 전부터 푸른방송 문화센터 시 창작교실에 입문하여 지금까지 시를 쓰고 있는데 2019년 매일신문 주최 시니어문학상과 2018년 상화문학제에서도 수상의 경력이 있다. 노씨는 “시를 쓰는 일은 은퇴 후 제2의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이었다. 시를 쓰면서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새삼 느끼게 되었다. 처음엔 시가 좋아서 찾아왔지만 시인을 꿈꾸게 되었다”고 한다.
‘시처럼 살고 시인처럼 생각하기’를 강조하고 있는 푸른방송 문화센터의 시 창작교실은 강문숙 시인의 지도로 매주 월요일 열린다. 지도강사의 평가도 받고 문우들끼리 의견교환도 이루어진다.
지도강사인 강문숙 시인은 “노기정회원은 스스로 인생을 재조명하면서 늘 성찰하는 분이며 시를 대하는 태도 또한 매우 진지하다. 언어의 의미를 찾아가면서 이를 삶과 연결시키고 있는데, 희로애락을 언어로 녹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신 분이다. 그의 시에는 품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는 세상을 아는 사람들의 자기표현에 적합한 예술”임을 강조했다.
푸른방송 문화센터는 노기정씨 외에도 김진희씨가 장원, 이지윤씨가 차하의 영예를 안았으며, 윤정숙, 이숙형, 황태교씨가 입선으로 입상하면서 입선 이상 입상자 15명 중 6명을 배출하는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수성구청이 주최하는 전국 규모의 공모전인 상화문학제는 시인 이상화를 재조명하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독자적 예술성을 중시하며 주로 역사성 있는 소재를 시제로 채택한다. 이번 백일장 공모전의 일반부 시제는 코로나19, 의자, 탑, 철조망, 묵념 등이었다.
변점식 기자
석탑에 들다
마침내 업장(業障)을 없애고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하는 것은
탑을 세워 예배하고 참회하여 도를 닦는 것 보다 더한 것은 없다
깨진 사리항아리에 새겨진
한 사람의 참회록을 읽는다
동화사 비로암 템플스테이 몇 날
가슴에 맺힌 멍울 죄다 풀어놓을 작정이다
아버지 임종 하시던 날
내 손바닥에 쓰다만 글자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이었을까
어둠의 행간에서 누군가 놓아버린 바람은
대나무 이파리를 흔들어 마음의 적막을 깨운다
끝내 아픈 바람의 행방을 알지 못한 채
나는 달빛 고인 절 마당으로 내려간다
석탑 기단부 이끼 낀 틈새
천년을 밀봉한 울음이 새어나와
먼 별 하나 적시고 있다
비로소 나는 탑을 열어 아버지 손가락이 그은
내 손바닥을 밀어넣고 방으로 들어온다
달에게 오래된 등을 내어주던 그가
가만히 따라 들어와 곁에 눕는다
나는 석탑을 끌어안고 피안(彼岸)에 들다